해마다 교인 수는 줄어드는데 목회자만 증가하는 현상이 거듭되면서 한국교회에 위기감을 불러오고 있다. 이런 수급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소위 임지 없이 떠도는 백수무임목사가 넘쳐나게 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예장 통합 총회 통계위원회가 제106회 총회에 보고한 교세 통계에 따르면, 2020년 통합교단 소속 전체 교인 수는 2392,919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 대비 114,066명이나 감소한 숫자다. 그런데 교인의 대폭 감소에도 불구하고 동일 연도 전체 목회자 수는 전년도 대비 275명이 증가한 21,050명으로 보고됐다. 이런 현상은 2012년을 기점으로 각각 교인 수 281574·목사 수 1853명을 기록한 뒤 지금까지 교인은 계속 감소하고 목회자 수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예장합동 총회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지난 13일 개최된 106회 총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합동교단 소속 전체 교인 수는 2382,804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 대비(2556,182) 173,378명이나 감소한 숫자다. 반면에 목사 수는 전년도 대비 622명이나 증가한 25,477명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해마다 각 교단 신학교 등을 통해 배출되는 목회자의 수는 증가하고 있는데, 이들의 자리를 제공할 교회 수와 교인 수가 뒷걸음치고 있는 현상은 머지않은 장래에 한국교회에 큰 위기로 닥칠 수 있는 불안한 징조다. 이런 식으로 가다간 수다한 목회자들이 임지없이 떠돌 수밖에 없게 되고 결국 한국교회 목회 리더십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런데 신학교에서 목회자는 많이 배출되는데 교인이 줄고 그에 따라 교회의 재정이 감소해 일자리가 없어지는 구조적인 악순환을 해결할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게 더 문제다. 일각에선 목회자 수급 문제 해결을 위해 교단 총회가 나서 적극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접근하는 게 쉽지 않다.

다만 더 늦기 전에 교단들이 산하 신학교의 입학정원 감축 등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발벗고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에 귀 기울 필요가 있다. 최근 들어 급격한 교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예장 통합과 합동 교단의 경우 재적 인원 수 100명을 자립교회로 치면 교회 1,000개가 사라진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현실에서 뾰족한 타개책을 내놓지 못할 경우 교단의 위기가 전체 한국교회에 먹구름으로 덮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갑자기 나타난 게 아니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조짐이 일기 시작했다. 그 무렵 한국교회에는 매머드 규모의 예배당을 건축하는 붐이 일었다. 이때까지 교회는 무조건 크게 지어 놓으면 하나님이 알아서 다 채우신다는 일종의 맹신이 지배했다. 그러나 이때부터 그런 믿음이 서서히 깨지기 시작했다. 많은 교회들이 무리하게 건축공사를 진행하다 부도가 나거나 심지어 이단에 교회를 넘기는 일까지 발생했다.

한국교회가 7,80년대의 고도 성장기를 지나 정체기에 접어들 즈음에 우려와 자성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젊은이들이 떠나고 노인들만 남은 서구교회를 볼 때 결코 남의 일이 아니었으나 한국교회는 다를 거라며 귀를 막았다.

한국교회 교세 감소는 일부 교단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교회 전체가 겪고 있는 필연적 현상이다.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코로나 팬더믹이 원인이라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오면 모든 게 원상 회복되리라는 희망이라도 가질 수 있겠지만 코로나가 문제가 아니다. 이제 한국교회는 이전의 화려했던 부흥의 시절로 되돌아갈 수 없다는 냉엄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할 때다.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