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일 한글날은 세종대왕이 1443년에 훈민정음을 만들고 한글을 창제해 세상에 펴낸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한글날은 1926년 조선어연구회에서 시작하여 당시에는 가갸날이라는 이름으로 지내오다 1940년 훈민정음 해례본이 발견되면서 109일이 한글날로 지정되었다.

그러나 한글은 세종대왕 이후 400년 동안 빛을 보지 못했다. 사대주의에 빠져있던 당시의 지배계층이 한문만을 고집하며 한글을 언문이라 천대하며 업신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던 한글이 공식 우리 글로 인정된 것은 고종 때에 와서다. 고종은 일제에 억압받던 시기에 꺼져가던 조선의 자긍심과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해 한글을 장려하는 정책을 폈다.

그런데 그보다 먼저 한글의 우수성과 가치를 발견한 이들이 외국 선교사들이었다. 이들은 당시 출판돼 있던 영어 성경과 한문 성경을 우리글로 번역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1882년 존 로스 선교사가 누가복음과 요한복음을 한글로 번역하고 조선어 첫걸음이라는 문법책을 만든 것이 그 시초였다.

존 로스 선교사가 번역한 한글 성경이 1882년 국내에 들어오고, 이 성경으로 언더우드와 아펜셀러 선교사가 한글을 익혀 1885년에 입국하게 된 것은 세계 선교 역사에 참으로 놀라운 기록이 아닐 수 없다. 언더우드와 아펜젤러 선교사가 입국한 지 2년만인 1887년에 마가복음 한글 성경을 번역 출판하고, 같은 해 여러 선교사들과 함께 성서번역위원회를 결성해서 1900년에 신약성서를 완역하게 된 것도 존 로스의 한글 성경이 뒷받침됐다고 볼 수 있다.

당시 선교사들은 성경 번역뿐 아니라 문맹을 퇴치하는 데 앞장섰다. 한글 교육이야말로 복음을 받아들이게 하는 데 있어 가장 기본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중 1891년 왕실의 초청을 받아 교사로 입국한 헐버트 선교사는 순 한글 교과서인 사민필지를 만들었고 1893년에는 배제학당에 국문연구소를 설립해 주시경 등 한글 학자들을 배출하는 데 크게 공헌했다. 여기서 배출된 주시경 선생이 1910년대에 한글의 문법체계를 정리하면서 오늘의 한글’(오직 하나의 큰 글)이란 이름이 정해진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렇듯 한글을 널리 보급하고 교육하는 데 기독교가 중추적인 역할을 감당함으로써 오늘의 한글이 세계가 인정하는 세계 기록문화유산이 된 것이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었다면 흙 속에 묻힌 진주와 같은 한글이 광채를 발하게 만든 것은 분명 기독교였다.

대지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 펄 벅은 세계에서 가장 단순한 글자이자 훌륭한 글자라고 한글의 우수성을 인정하였고, 천로역정을 최초로 한글로 번역한 선교사 게일은 세종대왕은 하나님께서 보낸 선지자라고 칭송할 정도였다.

그런데 이렇듯 전 세계가 가장 독창적이고 과학적이며 아름다운 최고의 문자로 인정한 자랑스러운 한글이 오늘날에 와서 무분별한 외래어 사용과 줄임말 사용 등으로 우리 스스로 그 가치를 훼손하고 있음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일제의 탄압에 한글 성경과 찬송가로 저항한 한국교회가 6.25 전란 후에 여름성경학교를 열어 문맹자에게 한글을 가르치며 복음을 전했던 그 정신을 결코 잊어선 안 될 것이다. 훈민정음 반포 575, 한글날 93주년을 맞는 오늘 한국교회가 퇴색돼 가는 한글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운동을 전개해 나감으로써 다시 한번 애국애족의 위상을 드높이는 전기가 마련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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