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추를 채우면서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세상이 잘 채워지지 않는다는 걸
단추를 채우는 일이
단추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잘못 채운 첫 단추, 첫 연애 첫 결혼 첫 실패
누구에겐가 잘못하고
절하는 밤
잘못 채운 단추가
잘못을 깨운다
그래, 그래 산다는 건
옷에 매달린 단추의 구멍찾기 같은 것이야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단추도 잘못 채워지기 쉽다는 걸
옷 한 벌 입기도 힘들다는 걸 

문 현 미 시인
문 현 미 시인

누구나 살다 보면 실패할 수 있고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실패나 잘못을 통하여 똑같은 걸 반복하지 않는다는 게 중요하다. 또한 이런 경험을 교훈 삼아 많은 걸 깨닫게 되기도 한다. 어떤 이들은 첫 단추를 잘못 채웠을 때 짜증을 내면서 시간을 허비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차분하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도 한다. 언뜻 보면 사소한 차이인 것 같지만 그 결과는 생각보다 훨씬 클 수 있다. 

시인은 일상에서 흔히 겪는 단추 채우는 일을 소재로 시적 전개를 하고 있다. 제목도 <단추를 채우면서>이다. 살면서 단추를 잘못 채운 일은 적지 않을 것이다. 시의 첫 행이“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이다. 그만큼 단추를 채우면서 “잘못 채운 단추가/잘못을 깨운다”는 걸 깨달았음을 강조한다.“잘못 채운 첫 단추, 첫 연애 첫 결혼 첫 실패”라는 표현에서 시적 화자가 겪은 쓰라린 감정을 느끼게 된다. 단순히 단추를 잘못 채운 것을 넘어 삶과 결부시키고 있다. 즉“단추를 채우는 일이/단추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 시의 도입부에서 밝히고 있다. 언젠가 시인은 인터뷰에서 첫 단추의 실패가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단추의 난감함으로 이 시를 쓰게 되었다고 시작 동기를 언급한 적이 있었다. 

이처럼 시는 시인이 겪은 여러 가지 체험을 바탕으로 탄생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짧게는 며칠에서부터 길게는 수년에 이르기까지 시인의 내면 속에 잠재해 있다가 어느날 한 방울의 꿀과 같은 진액이 떨어지는데, 이것이 바로 시인 것이다. “그래, 그래 산다는 건/옷에 매달린 단추의 구멍찾기 같은 것“이라는 시적 화자의 고백 앞에서 독자는 깊은 공감을 하게 된다. <우리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는 책이 떠오른다.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걸 수도 있겠지만 사소한 것에 대한 자세가 제대로 될 때 소중한 걸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시인의 예리한 통찰력 덕분에 삶을 반추하는 가을을 맞는다. 

백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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