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성 목사.
정진성 목사.

종교개혁 504주년을 맞았지만, 씁쓸하기만 하다. 반 천 년 전 면죄부를 판매하는 등 부패와 타락에 빠진 당시 유럽의 기독교의 모습과 오늘 한국교회의 모습이 너무나 똑 닮아 있기 때문이다. 외형적으로는 분명 성장가도를 달려왔지만, 개혁과 갱신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대신 세속주의와 맘몬주의, 집단이기주의가 빈자리를 메우고 있다. 그 결과 한국교회는 유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으며, 특단의 조치가 마련되지 않을 경우 그 파급은 걷잡을 수 없을 지경이다.

이제는 지켜보고, 두고 보고, 기다려보고, 인내하고의 단어로는 현 상황을 극복해 나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불과 몇 십 년 사이에 한국교회의 위기의 틈새는 눈에 보일 정도로 커졌다. 한 때는 위기에 처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뿐이었지만, 이제는 당장 위기에 처했으며 앞으로 어디까지 내몰릴지 걱정해야할 시점이다. 따라서 한국교회에는 더 이상 기다릴 시간이 없다. 어찌 보면 골든타임의 끝자락에 서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 마지막 기회를 놓친다면 한국교회에게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당장 행동에 나서야 한다.

그럼 어떤 행동에 나서야 할까. 간단하다. ‘오직 성경’, ‘오직 예수’, ‘오직 은혜’, ‘오직 믿음’, ‘오직 하나님께 영광만을 생각하면 된다. 개인의 욕망과 권력에 대한 집착, 재물에 대한 욕심과 세상에 대한 탐욕을 모두 버리고, 오직 하나님 한 분만을 위해서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각종 세미나와 포럼 등이 열려서 한국교회를 향해 따끔한 충고를 아끼지 않는다. 그중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말이 바로 내려놓음이다. 이 말은 곧 누구나 한국교회의 가장 큰 문제가 세상 모든 것들을 다 끌어안고 놓지 않으려는 욕심에 있음을 알고 있다. 문제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것임에도, 행동으로 실천에 옮기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결국 매년 내려놓자고 그렇게 외쳐놓고서, 이 시기만 지나면 또다시 하나라도 더 가지기 위해서 애쓴다. 그러나 이제는 정말 내려놓아야 한다. 내려놓음이 선행될 때 비로소 한국교회는 모든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주님의 몸 된 교회는 외형의 휘황찬란함에 있지 않다. 또 주의 종 역시 세상의 지위와 권력에 있지 않다. 때문에 주의 종은 언제나 주님의 몸 된 교회를 섬기고, 또 누구보다 낮은 자의 모습으로 이 땅에 오셔서 우리를 구원의 길로 이끄신 예수 그리스도를 본 받아야 한다. 더 이상 예배당 권좌의 꼭대기에 앉아서 군림하려는 자세를 버려야 한다. 아울러 주의 종이라면, 주님의 몸 된 교회라면 부자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 아니라, 이 땅에 소외되고 굶주린 사람들의 손을 잡아주고 그들의 눈물을 닦아 줘야 한다. 그것이 바로 오늘 이 땅에 교회가 존재하는 이유이자, 위기에 처한 한국교회가 바로 설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그리고 분열과 갈등으로 얼룩져 서로를 보듬지 못하는 모습에서도 과감히 탈피해야 한다. 한국교회가 먼저 하나가 되지 못하는데, 이념갈등, 세대차이, 빈부격차, 지역갈등, 남녀갈등, 종교갈등 등 온갖 분열과 갈등으로 시름시름 앓고 있는 이 사회를 하나로 만들 수 있단 말인가. 이제는 이해하고 포옹하는 정신이 필요하다. 서로 다름이 틀림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이 역시 자신의 것을 조금씩 양보하고 내려놓는다면 해결될 문제다. 간단한 예로 오늘 연합기관 통합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한국교계의 경우도 각 단체에서 서로 조금씩만 양보하면 오랜 숙원인 하나 됨은 의외로 쉽게 해결 될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인류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맞는 2021년 종교개혁주일. 올해는 정말 입으로만 개혁과 갱신을 외치고 마는 형식적인 것이 아니라, 벼랑 끝에 내몰린 심정으로 행동으로 나서는 종교개혁주일이 되길 소망한다. 더불어 모두가 내려놓음의 정신으로 무장해서 무한 갈등의 삶을 살 수밖에 없는 오늘 고통의 시대를 끝내길 염원한다.

샬롬교회 담임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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