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순임 목사.
유순임 목사.

종교개혁 주일이다. 한국교회의 개혁과 갱신을 외쳤던 종교개혁 500주년을 넘어 벌써 504주년을 맞았다. 끊임없이 변화를 모색하고 하나님 앞에 바로서기를 외쳤지만, 작금의 한국교회는 더 큰 위기에 직면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그동안 감춰져있던 한국교회의 치부를 드러냈고, 더욱 벼랑 끝으로 몰았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바이러스에 대면예배마저 금지당하고, 흩어지는 예배가 대안이 되어버린 메타버스 시대가 도래 했다. 말 그대로 시대에 따라 변화할 것인가, 현실에 안주할 것인가의 갈림길에 서있다.

답은 정해져 있다. 무턱대고 시대의 흐름에 역행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여기에는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것이 존재한다. 바로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의 변화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맞닥트리고 보니 일부는 이제는 흩어지는 예배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외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예배의 본질은 흩어지는 것이 아닌 모이는 예배에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비대면예배는 어디까지나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미봉책일 뿐, 실질적 대안이 될 수 없다. 제 아무리 시대가 변한다고 해도 예배의 본질이 변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위드 코로나 시대를 앞둔 시점에서 우리 교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바로 회복에 답이 있다. 먼저 예배를 회복해야 한다. 작금의 한국교회의 위기는 다른데 있는 것이 아니다. 예배의 위기가 곧 한국교회 전체의 위기를 초래했다. 그동안 성도들의 입맛에 맞추려는 노력만 하다 보니, 세상적인 이야기만 가득한 메시지가 선포되고, 듣기 좋은 찬송만 울려 퍼졌다. 말씀은 온데간데없고, 보여주기식 예배의 문화가 관습처럼 자리 잡아 버렸다. 이러한 상황에서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겹치자 대면예배를 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비대면 예배의 문화에 성도들이 또 적응해 가고 있다. 소위 잠옷차림으로 편하게 누워서 예배를 드린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한국교회는 비대면예배를 어떻게 발전시켜나갈까를 걱정할 것이 아니라, 대면예배를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정부에서 교회를 향해 방역수칙을 지키라고 내려 보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대로 교회에서 정부를 향해 교회별 방역수칙에 따른 예배를 드릴 테니 아무 걱정을 말라고 당당히 외처야 한다. 그리고 성도들에게도 모이는 예배의 본질을 깨닫게 해주고, 현재의 비대면예배의 형태는 잠깐의 대안일 뿐이라는 것을 각인시켜야 한다.

예배의 회복과 함께 한국교회는 세상의 가장 낮은 자의 모습으로 오셔서 섬김의 본을 보인 예수 그리스도의 향기를 본받아야 한다. 주의 종으로서 회복을 말한다. 솔직히 오늘 한국교회의 목회자들은 세상마저 부러워할 정도로 높은 권좌에 앉아 있다. 때로는 세상보다 더 높은 위치에서 밑을 내려 보며, 과시를 한다. 마찬가지로 부자들의 눈물을 닦아주며 소외된 이웃들은 나몰라라한다. 누구보다 소외된 이웃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그들의 등을 토닥여주며 함께 울어주던 한국교회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어 졌다. 어찌 보면 한국교회가 그들에게 먼저 등을 돌렸기 때문에 오늘의 위기를 자처한 것이나 다름없다. 세상은 오늘 교회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면서 사랑의 종교는 어디 갔냐고 묻고 있다. 그리고 코로나19로 모두가 고통을 당하고 있을 때 교회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성토하고 있다. 이제는 정말 주님의 몸 된 교회로서 회복하고, 주의 종으로서 정말 세상을 섬기는 모습으로 회복되어야 한다. 그 길만이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는 한국교회를 다시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종교개혁 504주년을 맞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는 지금, 모두가 한국교회에 희망이 없다고 이야기 하지만, 그래도 희망을 꿈꾼다. 비록 실수도 많았고, 잘못한 점도 많았지만, 모두가 앞으로 더욱 밝은 미래로 가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본다. 다만 이 실수와 잘못의 과정들을 그저 과정으로 여겨 잊어버리지 말고, 두 번 다시는 반복되어서는 안 될 문제로 여기길 바란다. 이번 종교개혁주일을 기점으로 한국교회를 향한 우려보다는 기대가 커지는 일만 가득하길 소원한다. 급변하는 세상에서 예배의 본질을 지키고, 목회자의 사명을 다하는 한국교회로 거듭나길 소망한다.

예장열린총회 초대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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