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가 하나 되기 위한 작업이 본 궤도에 오른 후 속도가 붙었다 지체됐다가를 반복하고 있는 가운데 과연 통합에 대한 당위성과 진정성이 있는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교회 3기관 통합을 사실상 주도해 온 한교총은 당초 10월말로 잡았던 통합시한을 1120일까지로 연장했다. 이는 3기관 사이에 통합을 위한 공감대가 확실히 다져졌다고 보고 마지막 매듭을 짓겠다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통합의 한 축인 한교연은 당장 급할 게 없다는 자세다. 한교연은 통추위가 한교총에 대해 정체성을 분명히 할 것, 한기총은 정상화할 것 등 통합을 위한 전제조건을 내세운 그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한교연의 생각은 과거 한기총, 한교총과의 통합논의가 번번이 실패했던 원인이 서로 걸림돌이 될 문제들을 해결하려 하지 않고 무조건 통합의 당위성에만 함몰된 나머지 중요한 과제들을 간과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직무대행 체제의 한기총은 통합논의에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으나 법원에 의해 외부에서 파송된 직무대행이 회원들의 총의를 대신해 통합작업을 수행해도 되는가 하는 문제가 여전히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가급적 하루라도 빨리 총회를 열어 집행부를 구성하는 게 급선무라는 지적이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2일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에서 가진 3기관 대표 통추위원 연석회의는 3기관이 공식적으로 처음 가진 자리라는 것 외에도 최소한 서로 간의 통합에 대한 의지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다만 그것이 서로가 기대하는 결과물로 나타나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서로가 통합을 원한다고 하고는 있으나 그럼에도 당장 급격한 진전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이는 이유는 각 기관이 통합 논의에 임하는 자세와 온도 차만 봐도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우선 한교총은 3기관이 하나 되어야 한다는 당위성만큼은 가장 확실하다고 할 수 있으나 한교연 등이 주장하는 단일지도체제 등에는 여전히 난색을 표하고 있다. 단일지도체제로 전환하면 과거와 같은 과열 금권선거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교연은 연합기관의 지도체제를 지금의 한교총과 같이 일부 대형 교단 현직 총회장들이 집단적으로 맡는 방식은 특히 대정부 관계에서 혼선을 빚을 수 있다는 점에서 반대하는 입장이다. 또한 현직 총회장이 연합기관장까지 맡는 것 역시 무엇보다 원 리더십이 중요한 연합기관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을 줄곧 주장하고 있다. 한교총은 단일 지도체제 외에도 한기총이 이단문제 선결처리에 반대하는 것과 명칭을 한기총으로 쓰자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내부에서 부정적인 기류가 강해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결국 현재 시점에서 각 기관은 서로가 통합을 원하면서도 기득권 측면에서는 시간이 갈수록 상대방이 양보해 주기를 바랄 뿐 각자는 내려놓을 생각이 없다는 점만 더 크게 부각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물밑에서 진행돼온 통합작업이 수면 위로 부상한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향후 서로의 입장 차와 기본적인 간격을 얼마만큼 줄여갈 수 있느냐가 통합의 성공과 실패를 판가름할 중요한 열쇠가 되지 않을까 싶다.

통합에 대한 당위성 못지않게 서로가 진정성을 가지고 대화에 임한다면 올해가 가기 전에 모두가 바라는 결실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각자의 한계만을 드러낼 때 혹시나역시나로 끝날 개연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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