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성 길 목사
권 성 길 목사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삼달리에 김영감 갤러리 ‘두모악’이 있다. 사진작가 김영갑 선생은 사진 작업을 하려고 제주도를 오르내리다가 제주도에 매혹되어 제주도에 정착했다. 버러진 학교를 작업장 삼아 그곳에서 사진작업을 하던 중에 루게릭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온몸이 무너지는 투병 생활을 하면서도, 김영갑 선생은 사진기에서 떼지를 않고, 제주도의 오름, 바람과 돌, 바다와 들판을 담아냈다. 

김영갑 선생의 저서 《그 섬에 내가 있었네》를 읽으면, ‘무성한 이파리들을 모두 벗어버린 겨울나무처럼 내 몸도 앙상하다’라는 표현이 나온다. 어느 젊은 작가가 찾아갔을 때 김영갑 선생은 그렇게 이파리를 다 내려놓은 겨울나무 같았다고 표현했다. 그런데도 김영갑 선생은 안간힘을 다해 젊은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주었고, 어떤 이야기라도, 한마디라도, 더해주려고 하였다.

김영갑 선생과 만남을 끝내고 아쉽게 돌아서려는데, 자신이 얼마나 철이 없게 느껴지는지 후회가 밀려 왔다고 했다. 

“제가 편찮으신 분을 찾아와서 너무 고생시켜 드렸습니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사과했지만 선생은 아니라고, 괜찮다고, 고개를 설레설레 지었다. 그 사소한 행동 하나에도 그가 얼마나 안간힘을 쓰는지 알 수 있었다고 했다. 젊은 작가는 서울로 돌아와 집필하던 소설을 마치고 선생을 찾아가 그날의 무례함을 다시 사과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선생은 그리 오래 기다려주지 않고, 곧이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어야 했고, 그는 갚지 못할 빚을 진 사람이 되고 말았다고 했다.

“몸은 부자연스러워도 정신만은 자유롭다. 힘든 몸으로 사진 갤러리를 열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떤 이는 눈물을 흘리고 어떤 이는 네 번 다섯 번 찾아온다. 그들은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몸이 허락하는 한 그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 생각이다. 건강할 때보다 힘이 들지만, 그들이 찾아와준다면 나의 이야기를 계속될 것이다”
《그 섬에 내가 있었네》의 이 구절은, 그리고 너무 아름다워 마음이 아픈 그의 사진들은, 어려운 삶을 사는 마음을 토닥거려 준다. 

“살고 싶다고 해서 살아지는 것도 아니요, 죽고 싶다고 해서 쉽사리 죽어지는 것도 아니다. 기적은 내 안에서 일어난다. 내 안에 있는 생명의 기운을, 희망의 끈을 나는 놓지 않는다. 사람의 능력 밖의 세계를 나는 믿는다”                                            

새세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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