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창 주 목사
김 창 주 목사

에브라임은 요셉의 둘째 아들이다. 그의 이름에는 “하나님이 나를 내가 수고한 땅에서 번성하게 하셨다”(창 41:52)는 풀이가 뒤따른다. 나중에 할아버지 야곱으로부터 첫째의 복과 형 므낫세보다 크고 여러 민족을 이룰 것이라는 덕담을 듣게 된다(창 48:14). 나중에 이스라엘 12지파의 하나가 되고(민 1:10), 가나안에 들어간 후에는 팔레스틴 중부의 비옥한 지역에 자리를 잡아 북 이스라엘에서 중심 지파가 된다.

어원적으로 두 가지 설명이 가능하다. ① 명사 ‘과일,’ ‘열매’를 가리키는 ‘페리’(ירפ)는 동사 ‘기름지다, 풍성하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열매’ 설은 창세기 2장 에덴동산에서 흘러나온 네 번째 강 ‘유브라데’(תרפ אוה)도 어원적으로 맞닿는다. 보통 ‘비옥하다,’ ‘결실하다’ 등을 뜻하는 유브라데는 메소포타미아의 ‘두 강 사이’를 이루는 티그리스 강과 나란히 흐르며 하구의 비옥한 공간을 형성한다. 이 지역은 일찍이 두 강을 중심으로 오랫동안 비옥한 퇴적층이 형성되었으며 농산물의 생장에 적합한 지대를 이루고 있었다. 세계 4대 문명의 발상지가 된 이유다. 따라서 유브라데는 나중에 소출이 풍성한 지역이라는 지명으로 알려지게 된 것이다. 

한편 다소 거리가 있지만 ‘에브라다’(התרפא)도 에브라임과 공통점이 있다. 즉 사전적인 의미는 ‘풍요로운 고장’ 또는 ‘퇴비 더미’ 등으로 비옥하다는 뜻과 연관된다. 베들레헴의 다른 이름으로 미가에 의하면 장차 메시아가 태어날 장소로 언급된다. “베들레헴 에브라다야 너는 유다 족속 중에 작을지라도 이스라엘을 다스릴 자가 네게서 내게로 나올 것이라”(미 5:2). 비록 지금 ‘에브라다’가 보잘 것 없는 작은 고을이지만 비옥한 땅에서 풍성한 소출이 나듯 점차 번성할 것을 암시한 것이다. 예언자 미가는 ‘그가 창대하여 땅 끝까지 미칠 것이라’(미 5:4)며 에브라다가 장차 강성하여 큰 영향력을 갖게 되리라고 예언한다.  

② ‘티끌’, ‘재’(רפא)는 구약에서 자신을 낮추어 표현하거나(창 18:27), 제의와 관련하여 정화의 의미로(민 19:9-10), 회개(에 4:1; 욥 42:6; 애 2:10; 단 9:3; 욘 3:6), 또는 불명예(욥 30:19; 겔 28:18; 말 4:3) 등으로 쓰인다. 

그런가 하면 먼지나 티끌이 날아올라 바닥에 내려앉듯 ‘아파르’는 ‘덮다’(cover)는 뜻으로도 쓰인다(왕상 20:38). 따라서 ‘아파르’는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며 돌아보는 회개와 제의적 의미를 동시에 함축하게 되었다.

‘에브라임’의 형태는 ‘양수’(dual term)를 의미하는 접미어(םי ;)가 꼬리에 붙어 있다. 이것은 마치 예루살렘이나 이집트처럼 위와 아래(Upper and Lower)의 두 개의 도성과 두 개의 지역을 가리키듯 둘을 지칭하는 문법적 특징이다. 그렇다면 에브라임에 들어있는 둘은 무엇을 의미할까? 여기에서 ①과 ②의 각각 다른 의미가 긴밀하게 연결된다. 에브라임이 문자적으로 ‘두 무더기’ 또는 ‘두 겹의 잿더미’(double ash-heap)를 가리킨다고 해석할 수 있다. 재는 곧 곡식을 잘 자라게 하고 열매를 튼실하게 맺게 해주는 퇴비(fertilizer)다. 잿더미가 두 겹으로 쌓여있다면 필시 그곳은 비옥한 토양일 것이고 여기에 뿌리를 내린 식물은 과일과 곡식을 풍성하게 낼 것이라는 결론에 쉽게 다다른다. 그리하여 에브라임은 한편으로 먼지나 티끌로부터 풍성한 열매라는 이중적인 메시지를 포함하게 된 것이다.

한편 나중에 호세아, 이사야, 예레미야 등의 예언자들은 북왕국 이스라엘을 에브라임으로 부른다(호 4:17; 5:2-3; 8:9; 사 7:2, 5, 8, 9; 렘 7:15; 31:9, 18, 20; 겔 37:16; 시 78:9). 

다시 말해 이스라엘이 하나님을 순종하지 않고 마치 ‘들나귀’(ארפ)처럼 제 마음대로 이리 뛰고 저리 뛰며 하나님을 배반하기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다. 여기에서 에브라임은 순종하지 않는 이스라엘을 질책하는 부정적인 의미가 추가되었다.

한신대 구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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