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창 주 교수
김 창 주 교수

에덴동산의 아담과 하와에게 옷은 부끄러운 곳을 가리는 정도였다. 지금 의복은 본래 목적과 달라져 계절마다 옷의 재질과 색깔, 모양과 디자인 등이 다양하다. 특히 사람들은 높은 지위에 오를수록 옷매무새가 화려하며 고급진 옷으로 치장한다. 겨우 치부를 가리던 옷이 사람의 신분과 지위를 상징하는 수단이 된 것이다. 야곱은 노년에 얻은 요셉에게 채색 옷을 입혀 특별한 아들로 양육했다. 

이로 인한 형들의 질투는 자연스럽게 유발된다(창 37:3-4). 요셉의 ‘채색 옷’은 튜닉(tunic)으로 번역되는데 화려한 장식이 붙어있는 긴 소매의 관복을 연상시킨다(삼하 13:18-19).<Sarna, 286> 형들의 속임에 아버지가 요셉의 피살 가능성을 확신한 것은 곧 피 묻은 이 옷 때문이었다(창 37:32). 

본문의 히브리어 셰스(שׁשׁ)는 아마포, 또는 린넨 소재의 복장이다. 이집트어 ‘스스’를 그대로 차용한 단어로 보인다. ‘세마포’(byssus), 혹은 ‘가는 베실’로 번역된 이 옷감은 고관대작들의 의상을 만드는 데 쓰인 만큼 품격과 지위를 가늠한다(겔 16:13). 세마포는 성막 전체를 덮는 휘장으로(출 27:9), 제사장의 속옷(출 28:39)과 두건과 관(출 39:28) 등을 비롯하여 성막 건설의 주요 재료가 된다. 이렇듯 세마포는 높은 직위나 성스런 공간을 치장할 때 쓰였다. 특히 세마포 튜닉은 고대 이집트와 근동에서 사회적으로 고위직을 상징하였다. 

바로는 요셉이 자신의 꿈을 해몽하고 이집트의 7년 흉년과 7년 풍년이라는 장기적인 국정지표를 제시하자 곧장 총리로 임명하여 신분을 상승시킨다. 

자신의 인장을 주고 세마포 옷을 입히며 금 사슬을 요셉의 목에 걸어준 것이다. 인장(signet ring)은 바로의 손가락에 있던 반지로 권위의 위임을 뜻하며, 금 사슬(gold chain)은 왕이 최고위직의 관료들에게 내리는 선물이다. 세마포 옷은 마치 중국 황제의 곤룡포(袞龍袍)처럼 예외적이며 특별한 권위를 나타내는 의상이다. 그는 죄수복을 벗고 세마포 옷을 입음으로써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에 오른다. 

인생의 고비마다 요셉은 옷을 갈아입는다. 어린 시절 요셉은 아버지 야곱으로부터 다양한 장식과 화려한 색상의 옷을 선물로 받아 입고 형들보다 높은 지위(?)를 행세하였다. 실제로 그는 형들이 양 떼를 치고 있을 때 집에서 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특혜를 받았다. 첫 번째 채색 옷은 유년기 요셉의 평안과 행복을 나타낸다. 그러나 자신의 채색 옷을 벗는 순간 요셉의 신분은 ‘구덩이’로 떨어진다(창 37:23-24). 여기서 더 나아가 낯선 이집트로 팔려가서 결국 노예의 신분으로 전락하게 된다(창 39:12). 더는 추락할 것처럼 보이지 않은 보디발의 집에서 요셉은 또 한 번 옷을 갈아입는다. 

보디발의 아내는 이국적이며 젊고 수려한 요셉에게 추파를 보내며 유혹한다. 그 때마다 요셉은 거절하였고 부인은 ‘그의 옷을 잡고’ 노골적으로 육탄공세까지 벌인다. 위기에 처한 요셉은 자신의 옷을 벗어둔 채 밖으로 뛰쳐나가 그 순간을 모면한다. 그러나 요셉은 자의든 타의든 옷을 벗었기에 신분의 변화를 가져온다(창 39:20). 유혹을 피하여 옷을 내던졌으나 종의 옷을 벗고 죄수가 되었다. 그의 신분은 다시 강등된 것이다. 이제는 죄수의 복장이 그의 신분을 드러낸다. 더 이상 내려갈 데도 이제 더 벗을 옷조차 없다.

반전의 계기는 가까운 곳에서 비롯된다. 요셉은 함께 갇힌 죄수들의 꿈을 해석한 계기로 죄수복을 벗을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마침내 바로의 꿈을 풀어주니 바로는 요셉에게 세마포 옷을 입혀준다. 요셉은 이제 새 옷으로 갈아입고 이집트를 다스리는 만인지상의 총리가 되었다. 요셉이 옷을 갈아입을 때마다 그의 굴곡진 인생에 변화를 불러온다. 우리는 요셉처럼 날마다 옷을 입고 벗는다. 그러니 어떤 옷을 입을 지 늘상 고민이다. 옷을 입을 때마다 요셉의 옷을 떠올려 볼 일이다.

한신대 구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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