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서 영 목사
정 서 영 목사

한 해 동안 우리의 모든 것들을 지켜주시고 풍성하게 채워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는 추수감사절이다. 올해 추수감사절은 여느 때보다 의미가 크다. 2년 동안 우리 삶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던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위드 코로나로 가는 첫 걸음이기 때문이다.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대면예배마저 금지 당했던 한국교회로서는 비대면에서 대면으로 가는 첫 절기이기도 하다. 모처럼 활력을 되찾은 한국교회다. 모두가 하나님의 은혜다. 

이렇게 소중하게 찾아온 추수감사절. 한국교회는 어떻게 이 절기를 지내야 할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답부터 말하면 올 추수감사절은 한국교회만의 절기가 아닌, 우리 모두의 축제가 되길 소원한다. 솔직히 그동안 추수감사절은 한국교회만의 축제에 그쳤다. 그마저도 교회건축헌금을 비롯, 각종 경사비 등 모자라는 재정을 매우기 위한 행사로 전락한 경우도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진정 이 땅의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은 항상 배제되어 있었다. 높아질 대로 높아진 교회의 문턱 덕분에 모두가 함께 나눠야할 계절인데도, 소외된 이웃들의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올해 추수감사절은 교회의 울타리를 넘어 모두가 함께 하는 축제의 분위기가 됐으면 한다. 그리고 이 땅에 소외된 이웃들이 진심으로 교회에 와서 함께 어울리고, 혹 그렇지 못하다면 교회가 먼저 나서 그들의 손을 잡아주고 그들에게 찾아가는 모습이 되길 바란다. 그동안 대면예배를 드리지 못해서 부족한 재정을 충당하기 위한 절기행사가 아니라, 다시 대면예배를 허락하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는 동시에 이 땅의 소외된 이웃을 향한 한국교회의 사명을 다시 회복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 더 이상 한국교회가 부자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종교가 아니라, 진정 소외된 이웃들의 친구이자 동반자, 후원자로서의 역할을 다하길 염원한다. 

그리고 올해 추수감사절은 큰 것이 아니라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역사가 일어나길 기대한다. 일반적으로 성도들은 자신에게 큰 것을 주신 하나님께만 기도하고, 감사할 줄 안다. 그래서 자신에게 일상적인 모든 것들에 대해서도 감사한 마음도, 고마운 마음도 표하지 않는다. 오히려 너무나 당연한 것이기에 ‘이게 감사할 것인가’라고 의문하기도 한다. ‘은혜’라는 찬양처럼 ‘아침 해가 뜨고, 저녁의 노을이 지고, 봄의 꽃향기와 가을의 열매, 변하는 계절의 모든 순간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라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렇게 우리게 당연하다고 여겼던 모든 것들이 하나님의 한없는 은혜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매일 감사의 기도를 드려야 하고, 매분, 매초 찬미해야 하는 것이다. 꼭 억만금의 재산이 늘고, 건강이 좋아지고, 가족의 관계가 좋아지고, 직장에서 직급이 올라가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자녀로 살면서 지금까지 숨 쉬고 살아가며, 찬양하고 예배드리며 사는 삶 자체가 은혜로운 삶이기에 감사하며 살아가야 한다. 그리고 한국교회와 성도들은 이런 놀라운 역사와 이치를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전해야 하며, 전도를 해야 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이번 추수감사절을 기점으로 한국교회에 스스로 거듭나기를 부탁한다. 우리는 2년 동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얼마나 나약한 존재였는지 스스로 깨달았다. 예배마저 금지당하는 수모를 겪었고, 그 과정에서 100명이 출석하는 자립교회 4천 30개가 줄어든 수치로 성도수가 감소했다. ‘위기다, 위기다’ 했지만 작금의 상황은 정말 벼랑 끝이다. 때문에 한국교회는 위드 코로나로 ‘이제 예배를 드릴 수 있다’에서 멈추지 말고, ‘어떻게 예배를 드릴까’를 고민해야 한다. 성도수 감소는 분명 코로나가 방아쇠를 당긴 것도 있지만, 그 이전에 한국교회를 향한 피로도가 많았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기 때문이다. 만일 한국교회가 여전히 구태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정부의 행정조치와는 별개로, 언제든지 한국교회의 예배가 멈출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추수감사절을 맞아 한국교회가 감사와 동시에 앞으로의 한국교회의 갈 길을 고민하는 단초가 되길 소망한다. 

예장 합동개혁 총회장•본지 상임논설위원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