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헌 철 목사
서 헌 철 목사

1990년 10월 3일 0시 서독과 동독은 마침내 분단의 역사를 종식하고 하나 된 새로운 독일을 탄생시킨 독일의 통일 대통령으로 추앙받는 ‘리하르트 폰 바이츠제커(Richard von Weizsäcker, 1984.7.1.~1994.6.30. 기독교민주연합)’를 기억한다.

그가 대통령이 되었을 당시는 5년 임기(1회에 한해 연임 가능)의 대통령으로서 정치적 실권은 없고, 수상의 그늘 밑에서 의전적인 국가수반의 역할만을 하는 위치에 있었다. 그러한 그가 국제적으로도 존경받는 지도자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는 ‘독일의 역사는 계속된다. (1983)’는 저서에서 “기독교는 어떤 정치프로그램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가 실현해야 할 올바른 인간관을 제시해 준다.”라고 외쳤다. 기민당원으로서, 타 당원인 ‘콜’ 수상 측근들의 비난에도 전혀 개의치 않고 자기 정치적 소신을 간접적으로 밝히며 국민의 의사를 결집해 나가는 지도력을 보였으며, 기민당 정치체제에 몹시 비판적이었던 노벨상 수상 작가인 ‘하이리히 뵐’가 사망하였을 때에는 그의 장례 행렬의 맨 뒷줄에 서서 따라가기도 하는 겸손을 보이기도 하는 자였다. 그러나 그의 그러한 행동을 보고 대통령의 위치, 당의 입장으로도 상식이 아닌 예외적인 행동이란 비난을 받기도 했었다.

심지어 자기 연설을 기록하는 담당관을 사민당 당원인 ‘엥겔하르트’를 채용하여 당내 일부로부터 심한 비난을 받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는 “대통령은 어느 당의 지도자가 아니라 국민의 지도자로 모든 정당 계층 사람들을 감싸 안아야 한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으며, 1985년 5월 8일 종전 4주년 기념 연설에서는 나치 정권 패망의 역사를 회고하면서 “과거에 눈을 감은 자는 현재에도 눈을 멀게 된다.”는 유명한 말을 남기도 하였다. 

나치 하에서 고통과 범죄의 역사에 동참했던 독일 국민을 향해서는 “역사의 빚을 잊지 말고 자유와 정의와 평화의 사명을 다하자”라는 기념사로 수백만 독일인과 이웃 나라 국민의 가슴을 울리기까지 했다. 그는 국민의 소리를 듣고 이를 정치에 반영시키는 등 그의 능력과 정부 입장과 다른 여러 계층의 의견을 듣고 수렴하는 폭넓은 이해성과 성실성, 그리고 모든 정치인을 불신하는 시대에 국민으로부터도 존경과 신뢰를 받는 정치인 상을 확립함으로 서독은 물론 서유럽 전체에 있어서 가장 존경받는 정치인의 한사람으로, 가장 이상적인 국가 원수로서 높이 평가받는 인물이다.

그야말로 정치 지도자가 어떠해야 하는 가를 잘 보여준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아닐까? 그러나 작금의 우리 현실은 불신, 배신, 악이 충돌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사랑, 평화, 생명존중, 긍휼, 희생 등을 기도하며 행동할까? 특히 이 땅에 전쟁을 없이하고 그리스도의 사랑과 평화가 넘쳐나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전쟁을 종식 시켜야 한다는 “종전선언”까지도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비록 힘들고 어려운 과정이라도 전쟁을 막고 평화를 이루자는데 다른 이유가 어디 있으며, 여기에 이념, 편견이 왜 필요하단 말인가? 

그리스도인들이여 깨어 있자! 우리 외식(外飾)의 근원은 무엇일까? 욕망, 이념, 편견, 증오 등에 사로잡혀 있다면 사람들은 “그래 당신은 그리스도인이구나!”라고 할까? 아니면 “당신들을 보니 그리스도인답다”라고 할까? 그러므로 우리가 지금 무슨 말을 하며, 어떤 짓을 하고 있는가를 돌아보지 않고, 맹목적으로 목소리만 높여 욕설, 저주의 말 등을 쏟아낸다면, 묻지 않을수 없다. 당신이 그리스도인이라면, 어떤 사람들을 긍휼히 여기며, 당신은 누구에게 전도합니까? 그리스도인? 불교인? 유교인? 이슬람교인? 이방인? 다른자 등?

혹이 가로되 너는 믿음이 있고 나는 행함이 있으니 행함이 없는 네 믿음을 내게 보이라 나는 행함으로 내 믿음을 네게 보이리라(약2:18)

한국장로교신학 연구원장•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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