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시 

​열심히 해도 안 되는 일은 버리자

​멋대로 하지 말았어야 했던 일과
뜻대로 고집했어야 했던 일 사이를 오가는 후회도
잊자
그 반대도 잊자

​오래된 상처는 무딘 발뒤꿈치에게 맡기고
허튼 관계는 손끝에서 빨리 휘발시키자

​빠르게 걸었어도
느리게 터벅였어도
다 괜찮은 보폭이었다고
흐르는 시간은 언제나 옳은 만큼만 가고 왔다고 믿자

​어떤 간이역도 다 옳았다고 믿자
 

문 현 미 시인
문 현 미 시인

우물쭈물하다가 혹은 치열하게 촌각을 다투다가 한해의 끝자락에 와 있다. 이토록 견디기 힘든 나날을 어찌 보냈나 싶다. 무언가에 떠 밀려서 온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착각일까. 주변을 살펴보니 살아도 산 것 같지 않은 사람들이 참 많다. 그래도 새해라는 배를 타고 출항하여 동일한 시간대에 와 있으니 놀랍다. 지구별에 머무르는 한, 우리는 3차원의 시·공간에서 하루하루를 보냈고 또 다가오는 내일을 맞을 것이다. 

이 시는 여느 시와는 다르게 각 연의 말미를 모두 청유형으로 끝맺는다. 시적 화자가 독자들에게 간곡하게 함께 무언가 하기를 원하고 있다는 뜻이다. 무엇을 그렇게 하자는 것인가. 시의 첫 연인“열심히 해도 안 되는 일은 버리자”를 주목해 보자. 세상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이 너무 많다. 나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결과가 나타났을 때 대개 절망과 좌절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게 된다. 시적 화자는 그렇게 암울한 시간을 보내기 보다는 차라리 버리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2연에 이르면 키워드가 “잊자”라는 걸 알 수 있다. 후회할 일도 그 반대의 일도 다 잊자고 한다. 살면서 후회하지 않고 사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우리는 후회와 후회의 반대편에서 서성이고 머뭇거리며 살아가는 존재이다. 후회 속에 너무 머물러도 안 되고 후회를 금방 잊어버려도 안 될 것 같다. 스스로 자성의 시간을 가지며 더 나은 삶을 향해 나아가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믿음이 있는 사람들은 말씀과 기도를 통해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는 생활을 한다. 그리 하다 보면 평안의 길에 서게 되는 축복이 따른다. 상처를 잊는다는 게 참 쉽지 않다. 류시화 시인의 우화에 보면 상처가 돌멩이가 되어 자기 날개에 달라 붙어서 결국 날지 못하고 죽게 되는 새 이야기가 나온다. 상처는 빨리 잊을수록 좋은 법이다. 시적 화자가 “빨리 휘발시키자”고 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떤 간이역도 다 옳았다고 믿자”는 마지막연이 지나온 삶에 대한 긍정의 메시지로 집약된다. 잘 된 일과 잘 못된 일 모두 “다 괜찮은 보폭”이었다는 것이다. 한해의 종착역에서 잠깐씩 머물렀던 간이역을 돌아보며 수고 많았던 나와 너 그리고 그대를 위로해 주고 싶다는 거다. 비록 문학적 수사가 없더라도 가끔은 메시지가 분명한 이런 시를 통해 갈림길에서 출구를 찾을 수도 있다. 이제 다사다난했던 날들 잊어 버리고 새로이 다가오는 해를 맞이해야겠다. 잡초 무성했던 마음밭을 갈아 엎고 깨끗한 마음으로 준비할 기도의 시간이다.          

백석대 교수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