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열 목사.
김근열 목사.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 아기 예수가 나신 성탄절, 온 세상에 하나님의 은혜와 평강이 흘러넘치길 소망한다. 2천 년 전 가장 낮은 자의 모습으로 오셔서 섬김의 본을 보이셨던 예수 그리스도의 나심을 기뻐 찬송하고, 찬미 드린다. 이 화평의 날, 코로나19로 어둠의 터널을 겪고 있는 온누리가 빛으로 환하게 밝아지고, 온갖 고난과 고통에 몸부림치는 이 땅의 억눌린 자, 가난한자, 굶주린 자 등 소외된 이웃들이 환하게 웃을 수 있는 역사가 일어나길 염원한다.

지난 2년 동안 우리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두려움에 떨어야 했고,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여기에 오미크론 변이까지 겹치면서 백신을 3차 접종까지 맞으면서 버티고 있지만, 여전히 쉽지 않은 길이다. 이런 절체절명의 상황 속에서 맞은 성탄절을 기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씻은 듯이 사라지길 간절히 기대한다. 아기 예수가 어둠에 묻힌 세상에 환하게 빛을 선사하셨듯이, 성탄절 아침 온 세상이 바이러스의 공포에서 벗어나 환하게 밝아져 일상을 회복하길 소원한다.

아기 예수 탄생의 기쁜 날, 우리나라가 모두가 더불어 사는 행복한 나라가 되길 기도한다. 작금의 우리 사회는 모두가 잘 살아가는 모습보다는, 권력과 재물을 독식하는 자가 주도하는 비정상적인 사회다. 가난하고 굶주린 자들을 짓밟고 올라선 이들의 욕심으로 소외된 이웃들의 신음은 멈추질 않는다. 여기에 사회 전반에 깔려있는 분열과 갈등은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을 더욱 힘들게 만들고 있다. 벼랑 끝에 내몰린 국가를 위해 힘을 합치기보다는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이기주의가 팽배해 더욱 큰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위기를 극복하기는커녕, 어둠의 터널을 빠져나올 수 없게 된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아기 예수가 오셔서 화평과 일치를 이루셨듯이, 성탄절을 맞아 우리 사회도 화평과 일치로 하나 되길 바란다. 그리고 너나할 것 없이 모두가 행복한, 진정 살고 싶은 나라가 되길 간구한다. 그러기 위해선 서로 양보하고, 이해하고, 사랑하고, 나눌 수 있어야 한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아낌없이 내 것을 내어줄 때 비로소 아름다운 세상이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성탄절을 맞아 바라기는 한국교회가 진정 회개와 각성을 통해 거듭났으면 한다. 비록 코로나19라는 원인이 있었지만, 오늘 한국교회의 모습은 처참한 수준이다. 대면예배가 금지되면서 미처 대비하지 못한 교회들은 큰 어려움을 당했고, 장기화된 코로나19로 인해 문을 닫는 교회들도 많았다. 물론 정부의 형평성에 어긋난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으로 인해 한국교회가 피해를 본 점도 없지 않다.

하지만 비단 코로나19와 정부의 정책 때문 만이라고 이야기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솔직히 오늘 한국교회의 위기는 코로나19와 정부의 정책이 아닌, 한국교회 스스로 자처한 문제라고 본다. 교회가 세속적인 것에 너무 얽매여 본질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오늘에 이른 것이다. 재물과 권력을 탐하고, 권좌를 누리며, 하나 되지 못했기 때문에 교회를 향한 신뢰도가 바닥을 치는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무릎 꿇고 회개하고 각성하기 보다는 과거의 영광만을 논하고 있다. 이제는 정말 변해야 한다. 한국교회가 어둠의 장막을 찢고 우리 사회를 빛으로 인도해야 한다. 지도자들이 먼저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통성기도하며, 목회자와 평신도들도 세속에 얽매인 과오를 회개해야 한다. 무한 성장주의에 빠지고 맘몬주의에 빠진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본질로 회귀해야 한다. 아기 예수의 탄생은 새로움이다. 한국교회가 지금까지 잘못했어도 성탄절을 기점으로 새롭게 출발하면 된다. 그렇지 않고 올해 성탄절 역시 예수 그리스도를 회색빛 건물에 전깃줄로 칭칭 감아놓고, 그 자리를 대신 목회자가 앉아서 섬김을 받는 모습만 보인다면 미래는 암울하다. 이제는 정말 가장 낮은 자의 모습으로 세상을 섬기고 헌신하는 모습으로 거듭나 위기에 처한 우리 사회와 나라, 교회를 살리는 첨병 역할을 다하길 간절히 소망해 본다.

시인·본지 논설위원/군남반석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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