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크리스마스주님이 오신 성탄절에 독자 여러분 가정에 주님의 평화가 임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성탄절이 되면 누구나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인사를 한다. 그런데 정작 그 말의 뜻이 무엇인지 알고 사용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그저 크리스마스에는 의례 이런 인사를 주고 받는 것이 어느덧 풍습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메리 크리스마스메리’(Merry)는 사전적으로는 즐겁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크리스마스’(Christmas)‘christ’‘mass’의 합성어로 주님을 예배한다. 경배 드린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메리 크리스마스는 주님의 성탄을 기뻐하고 경배한다는 뜻인 셈이다.

그런데 크리스마스의 의미가 근래 들어 다른 종교적 문화의 유입으로 본래의 뜻이 사라진 채 혼용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메리 크리스마스대신 해피 홀리데이’(Happy Holidays)가 더 많은 쓰이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해피 홀리데이를 써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은 다인종 국가에서, 특정 종교색을 띤 인사말 보다는 연말연시를 통틀어 인사를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주장이 더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는 형편이다.

그런가 하면 유럽연합은 내부 직원들에게 크리스마스대신 홀리데이로 표기하라고 지침을 내렸다가 논란이 일자 이를 철회하는 일도 있었다. 이 또한 다양한 종교와 문화를 배경으로 크리스마스를 기독교만의 절기가 아닌 종교적 다원주의에 연결하려는 시도의 일환으로 여겨진다. 이 문제는 로마 교황청과 기독교 성향의 정치인들의 강한 반대로 결국 철회되었지만 언제든 다시 이슈화될 수 있는 문제다.

매년 1225일을 성탄절로 지키는 것에 대한 논란도 여전하다. 사실 성탄절의 유래를 되짚어볼 때 1225일을 예수님이 탄생한 날로 확정 짓기는 어렵다. 성경에도 예수님이 탄생하신 날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독교와 가톨릭은 매년 1225일을 성탄절로 지키는 반면에 그리스정교회는 16일에, 아르메니아교회는 119일을 성탄절로 지키는 등 제각각이다.

1225일을 성탄일로 정한 것은 4세기경 로마 콘스탄티누스 시대에 기독교를 공인하면서부터다. 예수님 탄생일이 1225일이라고 역사적으로 처음 주장한 히폴리투스는 마리아가 아기를 낳을 것이라는 천사의 고지를 받은 날로부터 아홉 달을 계산하여 예수님의 탄생일이 1225일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성탄절이 1225일든 아니든 그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예수님의 성육신은 그 날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왜 예수님이 인간의 몸을 입고 이 땅에 오셨는가에 맞추어져야 한다. 하나님이 인간을 사랑하사 그의 독생자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이 땅에 보내셔서 온 인류를 구원하기 원하셨다는 것이 성탄의 진정한 의미라는 것은 변할 수 없는 진리다.

올해 성탄절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깊은 시름에 잠겨있다.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족, 또는 이웃과의 단절을 요구하고 있음은 참으로 안타깝다. 성탄절이 나 자신의 즐거움을 위한 날이 아니라 나와 남, 이웃 사이에 담을 허는 날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래도 루돌프와 산타크로스, 화려한 트리 장식이나 고가의 선물과 같은 비 본질로 포장된 홀리데이가 아닌 주님의 성탄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경배하는 메리 크리스마스가 우리 사회 구석구석, 또 저 북녘 땅에 주님의 샬롬으로 임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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