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들이 2021년을 정리하는 사자성어로 묘서동처’(猫鼠同處)를 뽑았다. ‘고양이와 쥐가 함께 있다는 뜻의 고사성어로 도둑을 잡아야 할 사람이 도둑과 한패가 된 것을 비유한 말이다.

지난해 우리 사회는 공정과 정의라는 단어가 유난히 자주 회자 되었다. 조국 사태의 여파로 국정을 엄정하게 책임지고 공정하게 법을 집행, 시행해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가장 특혜를 많이 누림으로써 공정성에 시비를 불렀다. LH 임직원이 누린 특혜와 대장동 특혜 분양도 같은 선상에 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게 된 원인은 사회 구조악에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사람에게 있다. 말로는 공정, 정의를 외치면서 은밀하게 뒤에서 이득을 취하는 연결고리가 사람을 매개로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깔려있다. 그러다 보니 이런 구조악을 감시하고 바로 잡아야 할 사람들이 이권을 노리는 사람들과 한통속이 돼 이권에 개입하고 은밀한 이득을 취하는 것이다.

한때 박정희 전 대통령의 후계자로 불리던 이후락 전 정보부장이 19803, 재판정에서 한 유명한 말이 있다. “떡을 주무르다 보면 떡고물이 묻는다”.

그런데 이런 말은 불의와 부정조차 집단 합리화되던 과거 군사독재 시대에도 통하지 않았다. 하물며 민주주의의 꽃이 만개한 오늘날 우리 사회에 묘서동처가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으니 참으로 개탄스럽지 않은가. 입법·사법·행정의 삼권분립이 엄격한 민주국가 운영시스템에서 묘서동처가 기승을 부린다면 그 나라는 정상적인 국가라 할 수 없다.

눈을 교계 내부로 돌려보면, 새해에 한국교회가 헤쳐나가야 할 과제들이 산더미처럼 쌓였다. 2년째 코로나19 팬데믹에 사로잡혀 있는 데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무서운 확산이 더욱 예측불허의 공포 속에 몰아넣고 있다. 방역 통제로 예배를 빼앗긴 교회들이 교회 문을 스스로 닫을 수밖에 없는 위기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우선 발등에 떨어진 과제가 지난해 국회에서 발의돼 올해로 넘겨진 포괄적 차별금지법안, 주민자치기본법 등에 대한 대응이다. 한교연 한기총 한교총 등 보수 교단은 적극 반대, NCCK 등 진보진영은 적극 찬성으로 갈라진 것부터 사회적 혼선을 초래하고 있다. 정치인들이 자기 입맛대로 여론정치를 하기 딱 좋은 여건을 교계가 조성하고 있는 셈이다. 교계 스스로 각자 자기 주장만 옳고 상대의 의견에 귀 기울이지 않는 독선으로는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없다.

한국교회를 하나로 통합하는 작업도 마찬가지다. 교계는 지난 1년간 나뉜 연합기관을 하나로 통합하는 작업에 분주했다. 그러나 소리만 요란했지 성과는 늘 제자리걸음에 머물러있다. 한국교회연합이 신년메시지에서 이 부분을 언급했다. 한교연은 왜 무엇이 통합을 가로막고 있는가를 따지기 전에 왜 무엇 때문에 나뉘고 갈라졌는가에 대한 자성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주님을 앞세우기 전에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자만심이 앞서지 않았는가 서로를 돌아볼 때라고 했다.

아우르고 포용하는 것은 기독교의 기본 정신이다. 그 반대는 오만과 독선이다. 고양이와 쥐가 함께 있는 묘서동처가 지난해 우리 사회를 휩쓸었던 불공정을 대변하는 사자성어라면 새해에는 쥐든 고양이든 함께 어우러지고 포용하고 존중하는 또 다른 의미의 세상이 펼쳐지도록 한국교회가 먼저 솔선수범하게 되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