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자에게만 주는 통행증 방역 패스를 놓고 논란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법원이 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 등에 대한 방역 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의 효력을 정지하고 난 후 식당, 카페에 이어 백화점과 대형마트까지 형평성 논란과 함께 방역의 실효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최근 조두형 영남대 의대 교수 등 의료계 인사와 시민 1023명이 정부의 방역 패스시행으로 백신 미접종자의 기본권이 침해됐다며 집행정지와 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따라서 방역 패스는 빠르면 금주 내에 그 존폐가 판가름 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방역 패스가 다중이용시설뿐 아니라 생활편의시설인 마트 등에까지 확대될 만큼 형평성과 효과성의 뚜렷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방역 당국은 코로나19 유행을 통제하면서 의료체계의 붕괴를 막으려는 것이라며 거듭 강행 의지를 밝히는 입장이다.

지난 7일 열린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 심문에서도 이 같은 장면이 그대로 재연됐다. 원고 측은 실효도 없고 형펑성에도 맞지 않는 방역 패스를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에 정부 측은 “‘방역 패스의 효과는 분명히 있다미접종자 감염을 차단할수록 의료체계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맞선 것이다.

그런데 재판부가 피고인 정부 측에 던진 질문은 방역 패스로 얻는 공익이 뭔가였다. 정부 측이 방역 패스로 얻어내려는 공익이 미접종자 보호라고 하자 당사자가 접종 부작용보다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선택할 권리도 있는 것 아니냐고 되묻기도 했다.

정부와 방역 당국은 거리두기의 경우 효과가 강력하나, 경제 활동에 제약이 커 상대적으로 방역 패스에 우선 확대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백신 접종에도 의료체계 붕괴를 막을 수 없다’, ‘감염 위험을 선택할 권리관련 질문엔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부는 그동안 위중증·사망 확률이 크게 높은 미접종자를 보호하기 위한 핵심 정책으로 방역 패스를 내세웠다. 그러나 학원과 대형 마트 등 밀접 생활 시설에까지 적용할 근거에 대해서는 뚜렷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해 논란을 자초한 모습이다. 이런 필수 생활시설을 이용하는 국민의 입장에서는 정부가 근거없이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다.

일각에서는 지금의 사회 혼란과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서라도 법원이 하루빨리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앞서 학원 독서실 등에 법원이 가처분을 인용한 것에 대해 항소한 것에서 보듯 방역 패스를 끝까지 밀어붙일 태세다.

지금의 방역 패스논란은 동내 슈퍼는 되는데 대형 마트는 안되고, 이용자는 백신 접종을 완료해야 하는데 종사자는 안 맞아도 되는 등과 같은 형평성과 실효성에 초점이 맞춰진 것 같지만 그 내면에는 방역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한몫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이 점을 지적한다. 따라서 문제가 있다고 당장 중지하기보다 정부가 갈등과 논란의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문제를 풀어가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방역은 앞으로 일어날 인명 손실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다만 지나갔다고 지난날의 잘못을 잊거나 답습하면 피해와 손해는 배로 늘어날 수 있다. 지금의 갈등과 혼란이 정부의 준비소홀과 소통 부족에 기안한 것이라면 과감히 고치고 적극적인 협조를 구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벌금, 과태료로 국민을 억압하려는 것은 구태의 복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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