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성 길 목사.
권 성 길 목사.

매튜 스테파넥(Matthew Stepanek)이라는 이름의 소년이 있었다. 매튜는 ‘근육성 이영양증’이라는 병을 앓고 있었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휠체어와 인공호흡기 신세를 져야 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은 신장 투석도 받아야 했다. 

근육성 이양증은 신체 근육이 점점 퇴화하여 나중에는 걷고 움직이는 것은 물론 호흡조차 힘들어지는 희귀한 질환이다. 보통 이 병에 걸린 어린이들은 호흡 문제 때문에 어른이 될 때까지 생존하기가 힘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매튜는 아침마다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에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그렇게 기쁜 마음을 시(詩)로 표현했다. 이미 두 형과 누나를 같은 병으로 잃었고, 엄마마저 같은 병으로 고생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의사는 매튜에게 더 이상 가망이 없다는 진단을 내렸다. 그리고는 소년에게 살아 있는 동안 뭘 하고 싶냐고 소원을 물었다. 소년은 대답했다. 

“시집을 내고 싶어요…… 내 영웅인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과 얘기해보고 싶어요.”
소년의 간절한 소망이 이루어졌다. 버지니아주의 한 작은 출판사에서 매튜의 시집을 펴냈고, 시집은 입소문을 통해 알려지면서 몇 백만 부나 팔려나갔다. 매튜에 대한 이야기가 사람들 입에 끊임없이 오르내리자 어느 날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 매튜를 초대했다. 쇼에 나온 아홉 살 소년 매튜는 산소를 공급하는 호스를 주렁주렁 단채 휠체어에 앉아 이렇게 또박또박 말했다. 

“우리는 누구나 인생의 폭풍을 겪어요, 하지만 풀이 죽어 슬퍼하면서 다음 폭풍이 다가와 우리를 날려버릴 때까지 그냥 기다려서는 안 돼요. 함께 힘을 모으면 그 폭풍을 헤쳐나갈 수 있으니까요. 함께 헤쳐나갈 수 있는 우리는 기뻐해야 해요.”

오프라 윈프리는 방송 도중에 눈물을 글썽이며 “이 소년이야말로 나의 스승”이라고 말했다. 열네 번째 생일을 일주일 앞두고, 매튜는 세상을 떠났다. 소년은 슬픔에 빠져 지낼 엄마가 걱정되어 죽기 전에 엄마로부터 약속을 받아냈다. 자기가 죽은 후에도 반드시 열심히 살겠다는 약속을 말이다. 

뭔가를 잃어버려 애타게 찾았는데, 나중에 보면 찾고 있던 물건이 아주 가까운 곳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있다. 한참 동안 볼펜을 찾았는데, 나중에 보면 깔고 앉아 있었다든가. 

우리가 목표하는 꿈이나 우리가 추구하는 행복도 이미 가졌으면서도, 애타게 찾고, 이미 누리면서도 목마르게 갈망하고, 이미 이뤘으면서도 안타깝게 바라보는 그런 것 말이다. 

행복할 때 행복하다는 사실을 깜빡 잊고, 사랑하면서도 그게 사랑인 줄 모르고. 이미 많이 이루었음에도 갈 길이 멀다며 한숨 지울 때, 그 힘든 한순간 한순간을 견뎌내며 감동의 날들로 만들었던 ‘매튜’의 하루를 그려본다. 

살아 있는 동안 내내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에 깊은 감동을 남기고 떠난 매튜 스테파넥, 그를 떠올리면 작은 고통에도 불평하던 나의 시간들은 부끄러워진다.      
               
세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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