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성 길 목사
권 성 길 목사

한 아이가 놀이터 철봉에 박쥐처럼 거꾸로 매달려 세상을 보고 있다. 그 옆에서 다른 아이는 허리를 구부려 두 다리 사이에 머리를 집어넣고 거꾸로 풍경을 바라본다. 거꾸로 세워진 집들, 거꾸로 피어있는 꽃들, 거꾸로 걸어가는 사람들……. 거꾸로 보는 아이들에게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다. 

“왜 그렇게 보고 있니?”

철봉에 내달린 아이는 거꾸로 매달린 자세 그대로 대답한다.

“재미있잖아요.”

사실 재미있는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은 아이나 어른이나 모두 같다. 그래서 아이들은 한순간도 쉬지 않고 몸을 움직이며 장난치고, 어른들도 노상 뭐 재미있는 일이 없나 하며 TV 채널을 돌려댄다. 그런데 아이들은 심심하지 않으려고, 더 즐거워지려고 어른들에게 혼날지라도 쉴새 없이 뭔가를 시도하는 반면, 어른들은 세상을 향해 요지부동이다. 지루하다고 연방 하품 하면서도 부동자세로 서서 세상이 재미있어지기만 기대한다. 어른이 되어버린 커다란 몸에선 다시는 재미있어질 일이 생기지 않을 거란 생각 때문일까? 아니면 다른 사람들이 재미있어하는 나의 모습을 보고 흉이라도 볼까 봐 그러는 걸까?

길에서 주운 막대가 하나만으로도 우주를 그리며 즐거워하던 시절, 마음만 먹으면 작은 장 안으로 만화 속 최고의 악당들을 불러들일 수 있었던 시절, 다른 사람들의 눈으로부터 자유롭던 시절, 내가 재미있으면 세상도 다 재미있던 그런 시절로 돌아가는 왜 이리 힘든지 모르겠다.

사람들은 행복해지기 위해 참 많은 일을 부지런히 해낸다. 더 행복해질 거라 믿으며 공부하고 관계를 맺고 일을 한다. 그런데 어른이 된 어느 날 문득, 예전보다 덜 행복한 자신을 보게 된다. 무언가를 가지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음에도, 여전히 부족한 게 많아 불만스러워 보이는 ‘나’이다. 

“나는 왜 예전처럼 행복하지 않은 걸까?”

그제야 자신에게 질문한다. 아주 재미없는 얼굴로, 꽤나 당황스러워하면서. 놀이터에서 놀던 두 아이는 이제 거꾸로 세상 보기를 그만두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간다. 집으로 가는 길에도 녀석들은 똑바로 걸어가지 않는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곱게 뻗어 있는 대로를 삐뚤삐뚤 지나간다. 길옆 화단에서 중요한 거라도 발견했는지, 한 아이가 뒤를 돌아 친구를 부르며 소리를 지른다. “개미집이다!” 반대 방향으로 가던 아이가 다시 돌아온다.

두 녀석은 또 재미있어진다. 이제 해가 지기 전에 집으로 가신 틀린 것 같다. 입안을 가득 채웠던 알사탕, 가느다란 실에 매달려 머리 위로 둥둥 떠 있던 파란색 풍선, 주머니를 가득 채운 구슬, 몇 번의 도전 끝에 따낸 왕딱지, 앞니 빠진 날 먹었던 아이스크림, 잠든 척하며 딱 달라붙어 있던 어머니의 따뜻한 등……. 그날의 기쁨, 그날의 냄새, 그날의 촉감을 되살리는 동안 호기심 많던 한 아이가 돌아온다.

가장 빠른 길보다 가장 재미있는 길을 선택할 줄 아는 아이, 세상에 대한 궁금증으로 두 눈이 맹랑하게 빛나던 아이가 돌아온다. 어려진다는 것, 다시 재미있어진다는 것, 그리하여 아주 작은 일에도 행복해지는 것.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새세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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