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성 길 목사
권 성 길 목사

사람은 누구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고독해진다. 고독함을 극복하고,  즐기는 사람이 행복하다. 그런데 고독함을 즐기는 것처럼 어려운 일은 없다. 그렇다고 고독함을 도망칠 이유도 없다. 도망친다고 도망쳐지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누구나 나이가 들면서 고독해지고, 슬프다. 그것은 사랑하는 이들이 모두 떠나고, 혼자 남기 때문이다.
“울지 마라./외로우니까 사람이다./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정호승의 시 <수선화에게>의 도입부이다. 이 시는 저 유명한 시구.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라는 선언으로 우리 시대의 고독한 생을 대변한다. 인생은 그 자체로 외롭다니, 세상 모든 이는 외로운 존재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그 말은, 진실로 외로울 때 꽤 위로된다. 그렇다. 사람은 누구나 외롭다.

“삶은 곧 외로움을 견뎌내는 과정입니다./사랑해도 외로움은 여전합니다./사랑하는 이와 하나가 될 수 없다는 근원적 슬픔은/사랑에 빠진 이들을 더욱더 외롭게 합니다”

나이 들수록 외로움은 더해간다. 예의를 차리고 경계해야 할 관계들이 늘어나 때론 섬처럼 혼자가 되곤 한다. 섣부른 말과 행동으로 자신을 드러내면 더 외로워질 수 있다는 걸 알기에 조심스레 자신의 마음 문을 닫아가는 동안, 외로움은 더 깊어만 간다.

“해는 온종일 스스로 열로/온 하늘을 핏빛으로 물들여놓고,/스스로 그 속으로,/자신을 묻어간다.//아, 외롭다는 건,/노을처럼 황홀한 게 아닌가”

그래서 현명한 사람은 가까이 외로움과 함께하기를 즐깁니다. 조병화 시인은 <노을>이라는 시에서, 외로움을 노을의 황홀경에 빗대어 말한다. 그에게 외로움은, 석양빛으로 물든 하늘과 같다. 자연이고 순리이며, 나와 함께 가야 할 평생의 감정이다. 영국의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는 자전적 에세이 《자기만의 방》에서 이렇게 말한다.
“기댈 어깨 하나 없이, 인생은 혼자 힘으로 사는 것이며, 우리의 관계는 남자와 여자의 세계뿐만 아니라 실재하는 세계를 지향한다는 사실에 직면했을 때, 그때 새로운 기회가 온다.”

“외로움을 피하려 하는 것/고독으로부터 무조건 피하려 하는 것은/자신으로부터 도망치려는 것과 같습니다/그래서 고독을 받아들인 사랑은 힘이 셉니다/우주 끝에 떨어진 듯한 외로움 속에서/많은 날들을 견뎌본 사람은/두려움 없이 혼자의 길을 갈 수 있습니다//고독의 시간, 나와 오롯이 마주 설 수 있는/축복의 시간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교회의 축복을 느끼는 방식으로/나는 고독을 느낀다/고독은 내게 있어 은혜의 불빛이다/나는 내 방문을 닫을 때마다 /자신에게 자비를 베풀고 있음을 느낀다.”

ㅡ페터 희,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중에서 

 새세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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