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었던 20대 대선이 끝났다. 유권자는 야당인 국민의 힘 윤석열 후보를 제20대 대통령으로 선택했지만, 어느 한쪽의 완승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유례없는 초박빙의 승부가 펼쳐졌다.

윤 당선자와 패배한 이재명 후보의 득표율 차이는 불과 0.73%였다. 이 차이가 5년 만에 정권교차라는 엄청난 결과를 가져왔다. 신승한 국민의 힘은 한숨을 돌렸지만 석패한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아쉬움에 탄식이 터져 나온다.

5년 전으로 되돌아 가보자. 20대 대선 결과가 나온 310일은 5년 전 헌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결정한 바로 그날이다. 촛불 정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국민의 민주적 열기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한때 지지율이 80%를 웃돌 정도였다.

국민은 문 정부의 적폐청산 등 개혁의 과제들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이런 국민의 응원으로 정권 출범 1년 뒤 지자체 선거에서도 절대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었고, 2020년 총선에서는 180석 가까운 거대 여당을 만들어 주었다. 여권 내에서 20년에서 50년 집권도 자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런데 그 뜨거웠던 지지와 응원은 불과 5년 만에 차갑게 식었다. 식었을 뿐 아니라 정권교체의 열망이 되어 현 정부의 폐부를 깊숙이 찔렀다. 패자는 말이 없다지만 지금은 패인을 차분하게 복기해야 할 때다.

국민의 마음이 돌아선 표면적인 이유는 부동산정책 실패에 있다. 지난 정부에 두 배 넘게 뛰어버린 집값에 내 집 마련의 꿈을 접어야 했던 2030 세대의 박탈감이 정권에 대한 저항감으로 결집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근본적인 원인으로 볼 수는 없다. 그보다 우리 사회에 심각하게 각인된 것은 내로남불’, 즉 나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각박한 정치적 편가르기’ ‘갈라치기의 일상화다. 결국, 과거 민주화운동 세대가 장악한 권력은 강남좌파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현실과 괴리된 채 도덕성의 파괴를 불러왔다.

전문가들은 문 정부가 실패한 가장 큰 원인으로 분열과 갈등의 정치를 꼽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문 대통령은 5년 전 대통령에 취임하며 분열과 갈등의 정치를 바꿔 성공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했지만, 거꾸로 분열과 갈등을 키워 나라를 두 쪽 낸 실패한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게 됐다.

그럼 선거 승리로 5년 만에 정권 재탈환에 성공한 야당의 모습은 어떤가. 이번 대선에서 지지율 1, 2위를 다툰 두 후보 모두 비호감 후보 1, 2위였다. 윤석열 후보를 찍고 싶지 않았지만, 정권교체를 위해 할 수 없이 찍었다는 사람이 절반가량이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제 대선은 끝났다. 승자는 겸손하게 통합과 협치를 위해 나서야 할 때고 패자 또한 국민의 뜻을 헤아리고 갈라진 대한민국 공동체를 하나로 다시 세우는데 협력해야 할 때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대선이 우리 모두에게 교훈해 주는 바가 있다. 모든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민주주의 헌법의 기초를 다시 곱씹게 만든 20대 대선이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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