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화 목사.
임용화 목사.

온 국민의 관심을 한 데 모았던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역대 가장 네거티브적이며, 이념적 논쟁이 하늘을 찔렀던 선거였다. 오죽하면 국민들은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닌, 차악의 선택을 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흘러 나왔다. 그만큼 이번 선거는 어느 하나 제대로 치러진 것이 없는 아수라장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는 두 후보의 표차이만 봐도 알 수 있다. 역대 가장 적은 표차이가 났다. 1% 차이도 아닌 0.76%p. 윤석열 당선인의 완전한 승리라고 표현하기 힘든 수치다. 다시 말해 국민은 어느 한 쪽의 손을 확실하게 들어주지 않았다. 개표상황을 봤으면 알았겠지만, 동과 서로 붉고 파랗게 나뉜 민심은 씁쓸한 마음만 심어줬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지역갈등뿐 아니라, 세대갈등, 남녀갈등, 빈부갈등이 여실히 드러난 선거였다는 점이다. 여느 선거 때도 마찬가지지만, 이번 만큼 분열과 갈등이 굵은 선을 그었던 선거도 없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우리는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이유야 어찌됐든 지금은 분열과 갈등을 치유하고, 화해와 일치로 대통합의 시대를 열어 젖혀야 한다. 윤석열 당선인이 국민화합을 위해 힘차게 나아가겠다고 두 주먹을 불끈 쥐었듯이, 작금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도 더 이상 갈라치기가 아닌 하나 됨의 역사를 만들어 가야 한다. 과거의 잘잘못을 따지기 보다는 앞으로 대한민국을 온전히 세우기 위해 서로 힘을 합해 나가야 한다. 이전 정권을 향한 정치보복이나 잘한 부분에 대해서도 다 갈아엎고 심판론에 빠져서 허송세월을 보내서는 안 된다. 차라리 그 시간에 국민들을 위한 정책을 하나라도 더 실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과거에 얽매여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다면 이전 정권의 과오를 되풀이할 뿐이다. 윤석열 당선인이 말한 대로 국민이 주인이 되는 대한민국을 되찾아 주는 데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의 의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언제든지 지지와 성원이 비판과 분노로 바뀔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 사회도 이제는 분열의 시대를 마감하고, 대통합의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자신이 지지해준 후보가 당선이 되지 않았다고 해도, 깨끗하게 승복하고 앞으로 나아갈 길만 생각해야 한다. 원하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그 책임을 다른 곳에 전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뒤숭숭한 가운데, 사회마저 둘로 갈라져 있으면 이 위기를 극복하기 힘들다. 이제는 이념을 넘어서 바닥을 치고 있는 경제를 살리고, 분열과 갈등의 깊은 심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 사회를 하나로 묶고, 밝은 미래를 그려 나가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 지역과 성별, 나이, 재력 등에 따라서 나뉘지 말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이해하고, 상호존중하며, 겸손하게 미래의 창을 열어야 한다. 위기는 곧 기회라고, 새로운 정권이 출범을 앞둔 지금은 위기보다는 기회라고 생각된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모두 한 곳만을 바라보길 원한다.

마찬가지로 이번 선거에서조차 한국교회의 분열과 갈등은 여전했다. 거대한 편으로 나뉘어 서로의 후보를 향한 지지열정은 부끄러울 정도로 심각했다. 후보자들보다 더 경쟁하듯이 진보와 보수의 힘겨루기는 보기 민망할 정도였다. 특정 후보가 신천지 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정치적 색깔을 씌워버렸다. 코로나19로 지친 성도들의 마음보다는, 정권심판을 향한 열망을 훨씬 불태웠다. 그렇게 한국교회는 분열과 갈등의 온상이라는 말처럼, 이번 선거에서 그 정점을 보여줬다. 때문에 이제는 한국교회 역시 갈등을 봉합하고,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은 물론, 한국교회를 되살리기 위한 노력에 힘을 결집해야 한다. 말로만 하나 됨을 외치지 말고, 진심으로 하나 됨을 이뤄야 한다. 특히 외형적인 통합에만 치중하지 말고, 내면적인 통합을 먼저 추구해야 한다. 한국교회가 먼저 하나 됨을 외치고 나서면, 우리 사회와 민족, 나라가 하나 될 수 있다는 점을 꼭 명심하길 바란다. 무엇보다 하나님 안에서 이 나라와 민족이 하나 되기를 소망한다.

나사렛증경감독·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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