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8일 한교총 통합위원장 소강석 목사와 한기총 임시대표회장 김현성 변호사가 기관 통합합의서에 서명한 뒤 밝게 웃어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18일 한교총 통합위원장 소강석 목사와 한기총 임시대표회장 김현성 변호사가 기관 통합합의서에 서명한 뒤 밝게 웃어 보이고 있다.

바늘구멍 나가는 것보다 어려운 연합

세상은 크게 변하고 있다. 하지만 교회는 변하지 않고 있다. 그것은 한국교회가 자기 안에 갇혀 밖을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를 전혀 보지 못하고 있다. 이는 종로5가에 둥지를 튼 연합단체의 일부 목사·장로를 향한 교인들의 볼멘소리이다. 일부는 오늘 한국교회는 돈이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고, 안 되는 것이 없다는 말이 회자되기 시작한지 오래다. 안타까운 한국교회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다.

이런 가운데 A단체 전 사무총장 Y목사는 대표회장 선출을 위한 총회소집을 요구하는 회원들이 모인 자리(가든호텔)에서, 자신이 몸담았던 단체의 임시대표가 A교회에서 4번에 걸쳐 2000만원, B교회에서 2번에 걸쳐 800만원, G교회에서 500만원을 받았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의혹의 당사자인 대표는 문제를 제기한 당사자에게 확인 할 것과 기자의 사실 확인 통화에 대해서 무례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여기에다 이 단체에 소속한 몇몇 회원은 한기총을 비롯하여 한교연, 한교총 등 3개 보수연합단체 통합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용인과 강북을 오고가며, 금전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한마디로 한국교회의 일부 지도자들이 돈에 길들여져 돈이 되는 것이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애기가 사실이 됐다. 이러한 모습에 모두 교회야 말로 추악하고, 정화되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겠는가.

오죽했으면 한기총 전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종로5가의 목사·장로를 향해 걸어 다니는 시체라고 말을 했겠는가. 한마디로 성지였던 종로5가는 범죄자들의 소굴이 되었으며, 쓰레기 하치장으로 변해버렸다. 오죽하면 목회자와 교인들을 향해 종로5가를 피해 다니라고 말하겠는가. 또한 일각에서는 오늘 한국교회는 이단의 문제가 아니라, 예수님을 교리로 만들어 그 뒤에 숨어버린 바리새적인 교회지도자들이 문제라고 말하겠는가.

이렇다보니 하나의 보수연합기관 통합을 위해 희생과 봉사한 인사의 연합정신은 퇴색될 수밖에 없고, 말 그대로 퇴색하고 말았다. 이제 3개 보수연합기관의 통합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의 공로와 희생’, ‘지극정성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한국교회 하나 됨을 위한 공든 탑이 한 순간에 무너져, 교인들이 열망했던 하나의 보수연합기관에 대한 기대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한기총은 지난 7일 한기총 세미나실에서 열린 제33-1차 임원회에서 한교총 통합위원장 소강석 목사와 합의한 통합을 17명의 반대와 14명의 찬성으로 부결시켰다. 한기총과 한교총의 통합은 설마혹시결국이라는 무산 수순을 밟고 말았다. 이로 인해 한기총의 임시대표의 입지는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게 됐다.

양 단체 통합 설마혹시결국

하나의 보수연합기관 통합의 중심에 있었던 B목사 역시 하나의 보수연합기관 통합을 위한 공로와 희생, 그리고 노력은 물거품 됐다. 하지만 그의 공로와 희생은 높이 평가된다. B목사의 공로와 희생 덕분에 3개 보수연합단체의 통합에 대한 공감대가 한국교회 안에서 크게 형성된 것은 분명하다.

이번에도 한기총과 한교총 통합의 발목을 잡은 것은 역시 WCC 가입교단의 문제였다. 그것은 한교연도 같은 입장이다. 한교연은 한기총의 임시대표와는 양 단체의 통합을 위한 테이블에 앉아 통합에 대해 논의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고, 고수하고 있다. 한교총이 WCC 가입하고 있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측과 기독교대한감리회를 버리고, 한기총·한교연과 통합 할 수 없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또 한국교회를 대표한다는 중대형 교단들이 모인 한교총이 모든 것을 내려놓으면서, 하나의 보수연합기관에 참여할 수 있는 처지도 못된다.

교회의 다양성과 이웃교회의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은 오늘날 한국교회의 상황서, 보수연합기관이 하나 된다는 것은 나타가 바늘구멍을 빠져나가는 것보다도 어렵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준다. 3개 연합단체의 지도자들은 들을 귀가 막혀 한국교회 교인들의 같은 성경, 같은 찬송가, 같은 신앙고백을 하는 한국교회가 성령 안에서 하나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듣지 못하고 있다. 모두 귀가 막혀 들어야 할 것들을 듣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다 한기총과 한교연의 일부 회원은 한교총을 연합단체로 인정할 수 없다는데서 3개 보수연합단체의 갈 길은 멀고 험해 보인다. 문제는 한기총과 한교연에 소속한 회원교단 대부분은 중대형교단이 가입하고 있는 한교총에 대해 피해의식이 강한 것은 물론, 이들 교단에 의한 계속된 분열에 염증을 느껴 왔고, 느끼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일부에서는 한교연과 한기총의 통합이 오히려 쉽다는 애기까지 나온다.

한기총 대표회장 선출을 위한 임시총회에 주목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한마디로 한기총과 한교연은 한교총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는 공통인식을 갖고 있다. 그것은 예장 통합측을 비롯한 대형교회들에 의해 한기총이 창립됐고, 또 이들 교단에 의해 한기총이 한교연과 분열되는 아픔을 겪었다. 한교연 역시 이들 교단에 의해 분열됐다.

그럼에도 한기총 임시대표회장과 한교총 통합추진위원장은 하나 됨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양 연합단체는 한국교회 연합기관 통합을 위한 기본합의서에 서명하고 한걸음 전진한 듯 했다. 분열과 갈등의 역사만을 써온 한국교회로서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7일 한기총 제33-1차 임원회에선 양 기관 기본 합의서가 부결됐다.
지난 7일 한기총 제33-1차 임원회에선 양 기관 기본 합의서가 부결됐다.

한기총과 한교총 통합합의서 휴지조각

하지만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기본합의서는 버려졌다. 물론 이러한 결과는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했다. ‘한기총과 한교총과의 기관 통합은 사실상 중단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그러나 한기총의 일부 임원들은 제33-1차 임원회에 대해서 절차상의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따라서 한기총과 한교총의 통합을 둘러싼 찬반논쟁은 한기총 총회 이전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한기총의 일부 회원은 기관 대 기관의 통합에 대해서 임시대표회장이 관여 할 일이 아니다. 임시대표회장은 대표회장을 선출하는 일에만 관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또한 임시대표회장 체제에서 일어난 회원 징계를 비롯한 임원임명 등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또한 한기총은 회비를 내는 회원들이 주인이지, 임시대표회장은 말 그대로 임시라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 제기는 한기총 내부부터 하나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그대로 반증하는 것이라는데 이의가 없다. 그렇다고 한교총과 한기총의 기관 통합 자체가 무산된 것은 아니다. 장기적으로 공석인 대표회장 선출을 하고 난 뒤, 기관 통합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하지만 한기총의 증경회장들은 한교총에 속한 회원들이 무조건 한기총에 들어오면, 끝날 일을 왜 어렵게 만드는지 모르겠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증경대표회장들의 목소리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교총과 한기총의 통합은 그야말로 바다 한가운데 암초에 부딪쳐 떠 있는 배와도 같다. 여기에다 한기총 현재 일부 임원과 한기총 임시총회 빠른 개최를 요구하는 임원 및 현 임시대표 체제서 징계 받은 회원 간의 입장이 너무 커, 한기총 내부의 갈등은 대표회장 선출을 위한 임시총회 당일까지 계속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통합 앞장선 이들의 공로와 희생 결실되길

33-1차 임원회는 대표회장 선출을 위한 임시총회를 오는 4월 말경 열기로 결의했다. 한기총 대표회장 선출을 위한 임시총회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은 더욱더 불투명해졌다. 문제는 양 단체의 통합을 적극 추진해 나갈 후보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강석 목사와 적대적 관계를 유지해온 전광훈 목사가 대표회장 출마를 이미 선언했다.

후보군에 속한 전광훈 목사를 비롯한 K목사, H목사, K목사 등 모두 양 단체의 통합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전혀 못하고 있다는데, 양 단체의 통합은 첩첩산중인 것은 분명하다. 더구나 현재 한기총을 이끌고 있는 인사들이 무리하게 현 총무 6명을 부회장으로 임명, 양 단체의 통합을 강행한다는 말이 나오는 등 통합을 둘러싼 마찰은 한기총 내부애서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통합을 둘러싸고 복잡한 것은 한교총도 별반 다르지 않다.

여기에다 전광훈 목사의 대표회장 후보 등록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말까지 나오면서, 한기총의 앞날은 격랑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한기총의 증경대표회장인 이광선 목사를 비롯한 길자연 목사, 이용규 목사, 지덕 목사 등은 워커힐서 드린 한국교회 나라를 위한 기도회에서 자유 우파 결집과 함께, 한기총으로의 하나의 보수연합기관 통합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미 합의한 한기총과 한교총의 통합에 노골적으로 찬물을 끼얹었다.

이러한 과정을 지켜본 목회자와 장로들은 하나의 보수연합기관을 위한 3개 단체의 통합은 주님 오실 때까지 힘들다고 한 목소리를 낸다. 그렇다 140년 전 선교초기 영미 교파주의를 그대로 받아드리고, 성령을 몰각한 한국교회가 하나 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이미 한국교회는 한국교회의 근간이 되는 역사와 문화까지도 몰각해 버렸다.

그럼에도 300여개의 교단으로 갈라져 있어도, 하나의 성경, 같은 찬송, 같은 신앙공백을 하기 때문에 보수연합기관의 통합에 대한 희망이 있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이들의 말대로 2022년 사순절을 보내고, 한국교회가 새로운 세상, 새로운 하나님나라를 열기를 기대해 본다. 분열과 갈등의 역사를 청산하고, 민족의 교회로서, 하나 된 교회로서, 민족의 나갈 길을 제시하는 하나의 보수연합기관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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