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창 주 교수
김 창 주 교수

구약에서 등잔대, 메노라는 출애굽기를 비롯하여 6 책에 35차례 언급된다. 출애굽기는 성막건축 에 관련하여 언약궤를 비롯한 등잔대의 재료와 모양 등 제작방식에 대하여 세밀하게 묘사한다(출 25:31-39). 아쉽게도 정작 등잔대의 크기는 전혀 언급되지 않는다. 한편 열왕기상에서 등잔대는 솔로몬 성전에 배치된 상황에서 소개된다. 즉 성막의 성소에 배치된 등잔대는 하나뿐인데 솔로몬 성전에는 내소 앞에 좌우로 다섯 개씩 등잔대 10개가 놓였다고 보도한다(왕상 7:49). 솔로몬 성전이 성막보다 넓은 공간 때문에 하나의 등잔대로는 충분히 밝힐 수 없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런가 하면 스가랴의 환상에 나오는 등잔대는 앞의 두 경우와 전혀 다르다. 두 그루 감람나무가 좌우로 등잔대를 보좌하는 형국이다(슥 4:2-3).
 

스가랴의 등잔대는 그가 보았던 여덟 차례 환상 가운데 다섯 번째에 등장한다. “순금의 등잔대”는 출애굽기의 표기와도 미세한 차이가 난다. 스가랴에는 자신이 본 환상에서 등잔대와 주유를 위한 관이 있다고 알려준다. “등잔대 꼭대기에는 기름을 담는 그릇이 있고, 그 그릇 가장자리에는 일곱 대롱에 연결된 등잔 일곱 개가 놓여 있습니다.”<새번역>

왼 쪽은 13세기 스페인에 거주하던 유대인들의 경전 세르베라(Cervera)에 들어있는 그림으로 스가랴의 등잔대다. 메노라 위에 세 개의 기름 그릇이 있는데 좌우의 것은 살짝 높이 위치하고 가운데 그릇은 낮다. 양쪽 높은 그릇에서 가운데 그릇에 금 기름이 흘러내린다. 즉 메노라의 일곱 촛대에 관으로 주유되는 모습이다. 예언자는 두 감람나무와 금 기름이 금관을 통해 흘러내리는 형상이 무슨 뜻인지 몰라 당황스럽다. 천사는 ‘기름부음을 받은 두’ 아들이라고 설명한다. 앞선 두 감람나무는 ‘기름부음 받은 두 사람,’ 대제사장 여호수아와 유다 총독 스룹바벨을 가리킨다(14절). 문자적으로 ‘기름의 아들 둘’이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메시야’와 차이가 있으나 ‘성별하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무난하다. 여호수아는 ‘싹’(슥 3:8)으로, 스룹바벨은 ‘내 종’(학 2:23)으로 각각 불리듯 두 사람 모두 메시아적 인물로 지명된 것은 명백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스가랴가 본 환상의 ‘순금 메노라’는 위의 기름 그릇에 연결된 관으로 기름을 공급 받도록 설계되어 있다. 천사는 일곱이 세상을 두루 살피시는 야웨의 눈이라고 설명한다(10절). 성경에서 일곱은 ‘온전,’ ‘완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렇다면 ‘순금 메노라’의 일곱 등잔과 일곱 관은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우선 일곱 등잔은 ‘순금’에서 알 수 있듯 하나님의 속성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순금은 이스라엘을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순결하며 영원한 사랑과 햇빛에 반짝이면 눈이 부셔서 육안으로 볼 수 없는 경외의 하나님을 상징한다. 출애굽기 25장에 제시된 ‘메노라’ 주조 원칙은 놀랍다. 순금 한 달란트로 만들되 한 덩어리 단일체로 만들라는 명령이다. 일곱 가지는 가운데 촛대를 기준으로 좌우 대칭적 구조다. 따라서 메노라는 금 ‘한 달란트’로 제작되고 일곱 가지와 받침이 있으나 단일체다. 지성소는 성전의 가장 거룩한 곳이며 문자적으로 ‘거룩 중의 거룩’(holy of holies)이다. 곧 최상의 거룩을 이르는 표현이다. 마찬가지로 스가랴의 환상에서 ‘일곱 등잔과 일곱 관’은 가장 온전한 것이며 최고로 완벽한 상태로서 장차 실현될 성전의 이상적인 모습이다.

성전 건축의 시작은 실제로 ‘작은 일의 날’이라고 묘사되었듯(10절) 초라하고 보잘 것 없었다(스 3:12; 학 2:3). 스가랴는 ‘기름의 아들 둘’을 세웠으니 ‘큰 산’(7절)이 가로막을지라도 능히 완성할 수 있으리라고 거듭 확신한다. 간혹 유대교 회당 입구에 ‘힘이 아니고 권력이 아니라 오직 야웨의 영으로’라는 구절을 새겨두기도 한다. 스룹바벨과 여호수아가 총독과 대제사장으로 예루살렘에 돌아왔으나 그들의 힘과 권력으로 유대 공동체와 성전을 완성할 수 없었다. 백성(民)과 행정(官)으로 밀어붙일 수 없다는 뜻이다. 오직 한 가지 ‘야웨의 영’만이 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그러니 무리들은 ‘은총, 은총이 있을지어다!’고 소리친다(7절). 스가랴의 순금 등잔대에는 유다 귀환 공동체의 성전 건축에 대한 간절한 열망과 추구가 담겨있다. 

한신대 구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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