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인 찬 목사
황 인 찬 목사

“세월을 아끼라 때가 악하니라.”(엡 5:16) 

1973년 제작된 [빠삐용]이란 영화가 있다. 프랑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영화이다. 주인공 빠삐용이 살인누명을 쓰고 종신형을 선고 받고 옥살이를 한다. 수감된 곳은 본국에서 멀리 떨어진 외딴 섬으로 섬 자체가 감옥으로 죽어야 나올 수 있다는 악명 높은 기아나 형무소다. 억울한 옥살이를 하는 빠삐용은 죄 없이 무기징역을 살고 있는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유를 갈망하며 탈옥을 계획한다.

햇볕도 들지 않는 최악의 독방에서 2년간 격리 후에 풀려난 날, 빠삐용은 자신이 살아온 세월을 되돌아보며 스스로에게 말한다. “내가 죄 없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하늘을 우러러 세월을 낭비한 큰 죄인이다. 젊은 시절 주어진 세월을 허랑방탕하며 낭비한 죄인이다.”

‘세월을 낭비한 죄’, 실로 실감나는 죄이다. 사람은 각자에게 나름대로 감당할 사명과 역할을 하나님로 받는다. 그 사명과 역할을 자각하지 못하고, 세월을 허송하고, 주어진 재능을 낭비하며 사장시키는 것이 실로 죄가 아닐 수 없다.

빠삐용은 세월을 낭비한 죄인임을 뉘우치며 “이제부터라도 세월을 낭비하는 죄는 범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골 4:5)

나이 들어가면서 살아온 삶을 돌아보면 자랑스러운 일과 후회스런 일들이 뒤섞인다. 스스로 자랑스러운 것은 말할 것이 못되나 후회스런 일들에 대해서는 찬찬히 짚어 볼 필요가 있다. 

그 하나가 너무 많은 일을 하며 바쁘게 살아왔다는 것이다. 너무 많은 일을 하느라 주위에서 일중독이란 말을 듣고, 그것을 즐기듯 일에 욕심을 부리며 살았다. 많은 일을 하려다 보니 빠트리기 일쑤고, 시행착오가 많고, 허물이 생기고, 욕도 먹고, 부작용을 감수해야만 했다. 뒤늦은 깨달음은 ‘많은 일보다 중요한 일을 깊이 있게 해야 한다.’이다.

또 하나는 늘 현장(現場)에서 일 하다가 주께 부름 받아 가기를 바라서 현장을 강조하다 보니, 좀 더 깊이 공부하는 기회를 놓친 일이다. 많은 책을 읽으려고 밤을 새우기도 했지만 신학적, 사상적인 기본을 충실히 하지 못한 일이 늘 아쉽다. 1인3역은 기본이고, 그것마저 충족되지 않아 흐르는 세월을 아까워하며 일터 현장을 벗어나지 못했다. 조금은 제3자가 되어 나를 돌아볼 수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을 갖는다. 
가장 후회하는 것은 가족들과 가까운 사람들을 많이 소홀히 한 일이다. 그래서 가족과 가까운 이들에게 충실하고, 함께 일하는 이들을 챙겼으면 오늘 같지 않았으리라는 생각을 뒤늦게 한다. 그래서 후배나 제자들과 대화를 할 때면 가정에 충실하고, 아내와 자녀, 부모와 형제들을 소중히 여기고, 그들에게 더 많은 시간과 정성과 관심을 투자하라고 감히 충고 같은 교훈을 한다. 감히 드리는 이런 충고(?)는 지난 세월에 대한 아쉬움을 반성하며 하는 충언이다.

나와 나의 사역을 돕고 동역한 귀한 분들께 감사의 뜻을 제대로 전하지 못하고 살았다. 

보잘 것도, 들어낼 것도 없어 사역이랄 것도 없지만 그래도 오늘 까지 큰 탈 없이 목사로 살 수 있었던 것은 함께하고, 도움을 주신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분들이 계신 덕이다. 돌이켜 보면 그 고마운 분들에게 감사의 뜻을 제대로 전하지 못하며 살았다. 늦었더라도 기억되는 대로, 감사의 뜻을 전하겠다는 다짐을 한다.

일중독으로 일에 묻혀 일에만 열중하다 보니 깊은 기도를 놓이고 살았음도 심각하게 후회하고 회개한다.

기도할 시간이 없을 만큼 일을 열심히 한 것도 아니면서, 스스로에게 늘 일 핑계로 기도를 게을리 한 것이 내 인생의 심각한 문제였다. 기도할 틈을 빼앗으며 한 일들은 좋은 열매를 맺지 못하였건만 무지하여 우선순위를 망가트리며 살아왔다. 하나님의 사람 선지자 사무엘은 "기도하기를 쉬는 죄"를 범하지 않겠다(삼상 12:23)고 하지 않았는가.

사무엘의 표현을 빌리면 ‘하나님의 일을 한다면서 하나님께 기도하기를 쉬는 죄를 범했음을 후회하고, 회개’ 한다. 오늘에나마 기도생활에 진보를 이루고자 무릎을 꿇기를 노력한다.

성경이 거듭 강조하는 것이 "엿새 동안은 힘써 네 모든 일을 행할 것이나 일곱째 날은 네 하나님 여호와의 안식일인즉 너나 네 아들이나 네 딸이나 네 남종이나 네 여종이나 네 가축이나 네 문안에 머무는 객이라도 아무 일도 하지 말라" (출 20:9.10)고 하시기 때문이다. 

의왕중앙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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