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四旬節)은 그리스도인에게 매우 특별한 절기다. 부활절을 앞둔 40일간을 말씀과 묵상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죽음, 부활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사순절은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수많은 사람이 고통당하고 있기에 그 의미가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럴수록 교회와 성도들이 이 기간에 예수님의 고난을 묵상하며 소외된 이웃을 돕는 일에 앞장서는 등 할 일이 태산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사순절 기간에 헌혈캠페인을 전개하는 교회가 부쩍 늘었다는 사실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예수님의 십자가와 부활 사건의 본질이 생명이라는 점에서 이는 기독교인뿐 아니라 비 기독교인들에게 부활의 의미를 바로 알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지난 20일 전 교인을 대상으로 헌혈행사를 개최한 서울 온누리교회의 경우 하루에만 8백여 명의 성도들이 헌혈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충현교회가 진행한 헌혈에도 이틀간 1백여 명이 동참했다고 한다. 사순절에 진행되는 헌혈캠페인에 다음 달 17일까지 13개 교회가 더 참여할 예정이라니 한국교회의 헌혈운동이 나비효과를 부르게 되기를 기대한다.

사순절의 특별한 의미를 사회 곳곳에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는 기회로 삼으려는 교회들이 점차 늘어나는 것은 무척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한국교회 전체로 볼 때 빙산의 일각 수준이다.

아직도 많은 교회들이 사회적 책무에 무관심한 편이다. 당장 내 교회 내 교인의 사정이 급하기 때문에 남을 돌아볼 여유가 없다는 게 가장 큰 원인이다. 그런데 이런 태도야말로 교회의 존재 이유를 의심하게 만드는 요소다.

주님이 십자가의 고난을 당하고 부활하신 목적은 죽음에서 건져내 생명을 주기 위함이다. ;런 하나님의 인류 구원의 대역사야말로 복음의 정수다. 그런데 이 같은 복음의 가치는 묵상과 기도의 단계에 머물러 있는 한 빛을 발할 수 없다. 실천으로 이어져야 완성된다는 뜻이다.

저명한 구약학자 월터 브루그만은 자신이 저술한 사순절 묵상집에서 사순절은 죄의 그늘에 갇혀 있는 시간이 아니다. 하나님의 길로 발걸음을 내딛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다. 새로운 생명으로 부활하는 시간이다.”라고 했다.

그가 강조한 사순절이 죄와 회개에 머물러 있는 기간이 아니라 하나님이 원하시는 길을 알아가는 시간이란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책무와 직결돼 있다. 하나님의 길로 발걸음을 내딛는 법이란 다름 아닌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는 데 있다.

2년이 넘도록 계속 이어지는 코로나 사태로 한국교회뿐 아니라 온 국민이 고통을 받고 있다.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겪고 있는 생존권 박탈 위기는 남의 일이 아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할 때 올해 사순절은 하루도 무의미하게 흘려보낼 수 없다.

한국교회와 성도들이 땅에 떨어져 썩어짐으로 3060배 백배의 생명을 살리는 밀알이 되었는지, “너희는 세상에 빛과 소금이다라고 예수님이 말씀하셨는데 내가 과연 세상에 빛과 소금으로 살고 있는지 되돌아볼 때다. 그러고 나서 회개와 결단으로 다시 일어나 빛을 발하는 한국교회와 성도가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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