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규 목사.
강동규 목사.

부활절을 경건히 준비하는 사순절 기간이다. 이 기간 동안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고난에 동참해야 한다. 하루 한 끼 금식부터 시작해 위기에 처한 나라와 민족을 비롯해 분열과 갈등으로 얼룩져 아픔을 겪는 사회와 전쟁과 기아, 질병으로 고통 받는 모두를 위해 무릎 꿇고 기도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흥청망청 세상의 유익을 위해서만 살아가서는 결코 생명의 부활을 맛볼 수 없다. 예수님의 십자가 고난에 동참할 때 비로소 부활의 기쁨을 느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하지만 작금의 세상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고난은 온데간데없이 개인이기주의와 맘몬주의가 팽배하고 있다. 모두가 그저 눈앞에 죄악의 구렁텅이에 빠져 헤어나지를 못하고 있다. 예수가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을 오르셨던 모습과는 정반대로 흥청망청 먹고 마시는데 익숙하다. 사순절 기간만큼은 겸손과 절제된 삶을 살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일상 속에서 차고 넘치게 마시고 즐기는데 변함이 없다. 적어도 기독교인이라면 깨어지고 거듭나야 하는데, 일반인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참으로 통탄스러운 일이다.

사순절은 부활절을 앞둔 40일간을 말씀과 묵상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죽음, 부활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기는 뜻 깊은 기간이다. 이렇게 소중한 기간을 아무렇게나 흘러가게 둘 수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기간 동안 우리는 회개와 각성을 통해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 그리고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말씀과 묵상, 기도는 당연하며, 우리 주변에 이런 저런 모양으로 고통당하는 이웃을 돕는데 앞장서는 기간으로 삼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고난에 동참하는 길이며, 부활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지름길이다.

우리는 지난 2년 동안 코로나19라는 불청객으로 인해 많은 고통을 받았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바이러스로 인해 전 세계는 벼랑 끝에 몰렸었다. 계속해서 모습을 바꾸는 바이러스는 소중한 생명을 앗아가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제3세계는 백신조차 구하지 못해서 더 큰 고통을 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들의 고통과 아픔에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을 내 이웃, 우리 가족이라는 생각으로 이 모양 저 모양으로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지금은 모두가 글로벌적으로 함께 살아야 할 때이지, 각자도생의 시기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일상에서도 나 자신만 잘 살면 된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모두가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인식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사순절 기간을 사회 방방곡곡의 소외된 이웃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간단한 예로 성도들이 나서서 헌혈 캠페인을 벌이고, 대사회적으로 헌혈 운동이 일어날 수 있도록 솔선수범한다면 실추된 한국교회의 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이 된다. 꼭 대가를 바라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독교가 사회를 변화시키고 선한 영향력을 보여준다면 우리 사회는 진정 바른 모습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렇지 못하고 지금처럼 기독교가 사회보다 나쁜 모습을 보여준다면 한국교회의 미래는 암울할 뿐이다.

같은 맥락에서 사순절 기간 동안 우리는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등 이 땅의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아낌없이 나누고 섬겨야 한다. 그들이 더는 홀로 아픔을 감당하지 않도록 그들의 고통을 분담하고, 나눌 수 있는 것이라면 작은 것이라도 나눠야 한다. 또한 코로나19로 절망에 빠진 소상공인들과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청년들, 집밖으로 내몰린 어르신들 등을 위해서도 기도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열악한 환경 속에서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일터로 나갔다가 돌아오지 못한 노동자와 격무에 시달리는 택배노동자, 굴절된 역사 속에서 시궁창보다도 못한 삶의 아픔을 간직한 채 죽음을 맞지 하는 일본군 정신대 할머니, 하루 한 끼로 연명하는 노숙자들을 위해서도 두 손 모아 기도해야 한다. 올해 사순절을 기해 한국교회가 더 이상 부자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 아닌, 이 땅의 소외된 이웃들을 진심으로 감싸주는 모습으로 성장하길 소망해 본다.

예장 개혁선교 부총회장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