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인 찬 목사
황 인 찬 목사

일하고 안식하고, 다시 일하고 안식하는 것이 하나님께서 주신 지혜요 원리이다.
이런 원리적 지혜를 무시하고 중단 없이 전진만 하면 반드시 무리가 쌓여 정도에서 벗어날 수밖에 없다. 일만 하는 사람들을 일컬어 ‘일벌레’라 한다. 그러나 정작 벌레들은 일만 하지 않는다. 벌레들은 일하는 틈틈이 쉼을 가진다.

하나님이 일하시도록 나를 내어 드림이 중요하다. 

이스라엘이 애급의 오랜 종살이에서 해방되어 가나안 땅으로 행하던 중, 홍해에 이르렀을 때에 뒤에는 바로왕의 기마대가 추격을 하고, 앞에는 홍해 바다가 가로 막는 절체절명의 처지의 때에 지도자 모세가 백성들에게 외친다.

"…너희는 두려워하지 말고, 가만히 서서 여호와께서 오늘 너희를 위하여 행하시는 구원을 보라 …· 여호와께서 너희를 위하여 싸우시리니 너희는 가만히 있을지니라."(출 14:13,14)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을 하다 보니 하나님께서 나를 위해 일하실 기회를 내가 빼앗고, 하나님께서 일하심을 미처 깨닫지 못 한 경우가 많았고, 결국 내 소견대로 하여 실패를 거듭했음도 역시 후회하고 회개한다. 

세월을 낭비하지 않고 후회 없이 알차게 살아가려면 일의 우선순위(Priority)를 바로 정해야 한다. 아무리 열심히 일했어도 일의 우선순위가 잘못되면 애써 일한 보람마저도 잃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옳게 하는 것이다. 바른 선택과 바른 순서로 바르게 일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미국의 신학자 라인홀드 니버가 남긴 유명한 기도문이 있다.

"하나님 아버지, 저로 해야 할 일을 하는 용기를 주옵시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지 않는 분별을 주시옵소서."

우리는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제대로 분별하지 못한 채, 일에 뛰어들어 자충우돌 하는 경우가 많다. 해야 할 일 중에서도 먼저 해야 할 일과 나중 해야 할 일을 분별하지 못하는 경우 또한 심각한 폐해에 빠지게 된다. 바쁘게 살기에 일의 앞뒤를 제대로 분별할 여유와 판단력을 가지지 못한 것이다.

산상수훈 중 예수님께서 일의 우선순위에 관하여 분명히 말씀하신다.

"그런즉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마 6:33)

우리는 먼저 해야 할 일을 뒤로 미루고, 나중 해야 할 일을 서둘러 먼저 하느라 숱한 시간과 정력과 예산을 낭비한다. 그리고 나아가 잘못 선택한 일을 후에 가서 바로 잡느라 다시 세월과 재정과 인력을 낭비한다. 예수님께서 먼저 구하고 먼저 실천해야 할 일을 교훈하시면서, 먼저 구할 것을 바로구하면 그 다음은 아버지 하나님께서 이루어주실 것을 약속하셨다.

하나님의 일을 하는 목사로서 다른 어떤 일보다 교회와 성도들을 돌보는 일이 첫째인 것은 두말할 나위 없지만, 그렇다고 가족이나 이웃과 동료 일꾼들을 소홀히 해도 괜찮다는 것은 결단코 아니다. "누구든지 자기 친족 특히 자기 가족을 돌보지 아니하면 믿음을 배반한 자요 불신자보다 악한 자니라."(딤전 5:8)

자기 친족 특히 가족을 돌보지 않는 자는 믿음을 배반한 자요, 불신자보다 악한 자라고 하시지 않았는가. 그리스도인들이 어떤 일에 종사하든, 자기 가족을 소중히 여기고, 이웃과 동역자들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라는 교훈이다.

거듭 크게 반성하고 회개하는 것 중 하나가 사람보다 일을 앞세운 것이다. 일을 열심히 하느라 가까운, 참 귀한, 함께 하는 사람들을 때로 소홀히 하고, 때로는 섭섭하게 하고, 때로는 희생을 강요한 바가 있었음을 고백한다. 세월이 지난 후에 참 아프도록 깊이 깨닫는 것은 가족과 가정 그리고 가까운 사람을 소홀히 하면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지난 날, 늘 개척지에서 힘든 세월을 보내면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소중히 여겨 챙기고, 섬김을 다하지 못했거나 때로는 섭섭한 마음으로 헤어지거나 수 년 동안 고생한 일꾼들을 가진 것이 없고, 빈곤해서 이지만 빈손으로 떠나보낸 일이 몹시 마음을 아프게 한다.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에서야 다짐한다. 가족을 배려하고 함께 일하는 동역자들을 소중히 여겨, 할 수 있는 한 최선으로 예우하고 섬길 마음을 가진다. 말씀에 “가까운 사람들을 돌보지 않는 사람은 불신자보다 못한 자.”라 하시지 않았는가.   

의왕중앙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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