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며 꽃 피는 것이다

흔들린다고
단단하지 않은 건 아니다
흔들린 만큼 단단해지는 것이다
꽃도 흔들리며 피고 
갈대도 목까지 누워도
다시 일어나는 것이다
청청한 소나무도 처음 
여린 순 내밀고 흔들린 만큼
뿌리 깊이 내리는 것이다

내 어머니도 흔들리며 날 키우셨다
아픈 만큼 사랑하며 보듬으셨다
흔들리는 모든 것은 아프고 또 아프다
지나보면 그 아픔으로 
꺽이지 않고 자라는 것이다
그러며 푸르러지는 것이다
다만 견딜 만한 시간이 필요할 뿐
처음은 누구나 다 
그렇게 흔들리는 것이다
그러며 꽃 피는 것이다 

문 현 미 시인
문 현 미 시인

꽃 핀다는 말이 참 듣기 좋다. 듣기가 좋으니 말하기도 좋다. 좋은 건 이렇게 즐거운 파문을 일으키는 것을. 그런데 꽃이 핀다는 것은 꽃이 지기 때문에 가능하다. 피고 지고, 지고 피고 이런 자연의 순환 질서 속에서 생명이 이어져 간다. 세상에 숨쉬고 있는 것들은 알게, 모르게 흔들리며 살아간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흔들린 만큼 단단해지는 것”이라서 더 아름다운 것이다. 

어찌 보면 시의 제목이 평이한 듯하지만 “그러며”가 배치됨으로써 주목을 끈다. 독자는“그러며”를 읽으며‘어떻게’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게 된다.‘어떻게’는 바로 “흔들리며”로 연결되고 흔들려서 좋은 것들이 시에서 나타난다. 더 단단해지고, 더 뿌리 깊이 내릴 수 있다는 거다. 꽃이든, 갈대든, 소나무든 다 흔들리면서 자라나고 견딘다. 

후반부에서 시적 화자는 “어머니도 흔들리며 날 키우셨다”고 회상한다.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기는 결코 쉽지 않다. 더구나 어머니의 마음은 깊은 우물 같아서 도저히 가늠할 수가 없지 않은가. 어른이 되어서야 비로소 어머니 마음의 깊이와 넓이를 짐작할 뿐이다. 흔들린다는 것은 아프다는 것이고 아픈 만큼 자식들이 “꺽이지 않고 자라”난다. 다음의 행“그러며 푸르러지는 것이다”에 이르면 맑은 감각으로 응축한 표현이 나타난다. 나무든, 사람이든 흔들리면서 푸르러질 수 있으면 좋겠다. 강산이 푸르고, 사람도 푸르면 맑은 숨 마음껏 내쉴 수 있는 옥토가 되리니.  

백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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