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영 목사.
정서영 목사.

사망의 권세를 깨뜨리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평강이 어둠을 뚫고 온누리에 가득하길 소망한다.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의 죄를 대신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 다시 사신 것처럼, 오늘 우리나라와 민족 위에도 부활의 소망이 충만하길 기원한다.

올해 부활절은 유독 남다르다. 작금의 우리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긴 어둠의 터널을 지나 엔데믹으로 가는 길목에 서 있으며, 새로운 정권 이양기를 걷고 있다. 멈춰져 있던 경제 시계가 다시 움직일 기세를 보이고, 중단됐던 대면예배가 다시 회복기에 접어들었다. 마치 혹한의 겨울을 뚫고 이겨내 새싹을 돋아내듯이, 오늘 우리도 움츠러들었던 어깨를 펴고 기지개를 켜는 형국이다. 이런 절체절명의 순간 속에서 맞는 부활절이기에 더욱 소중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부활절이 우리 사회와 경제, 기업과 가정, 교회가 가일층 성장하는 이정표가 되길 바란다.

우선 분열과 갈등으로 얼룩진 우리 사회가 화합과 일치로 탈바꿈하길 소원한다. 사실 오늘 우리 사회는 지역, 남녀, 빈부, 노사, 이념, 세대, 종교 등 어디하나 성한 곳이 없이 분열과 갈등의 집합체이다. 오직 자신의 유익만을 위해 행동하며, 상대를 배려하려는 노력은 온데간데없다. 이런 갈등정국에서는 위기를 결코 극복할 수 없다.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통해 간극을 좁히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향해 내딛어야 한다. 모두가 하나 된 마음으로 힘을 합해 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 우리 미래의 세대를 위해 지금부터 화해와 일치의 돛을 힘차게 올려야 한다.

올해는 특히 대한민국 정부가 새롭게 바뀌는 해다. 새 정부는 흩어져 있는 국민들의 민심을 바로잡고, 대통합의 길로 인도해주길 기대한다. 과거의 잘못을 답습하지 말고, 새 시대에 맞는 정책과 인사로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을 바로 잡아주길 바란다. 국민의 선택을 받은 지도자이기에 당과 자신의 신념이 우선이 아닌, 국민이 우선인 대통령이 되길 소망한다. 부활의 아침, 새로운 움이 싹트듯, 대한민국이 새롭게 태동해 세계인이 주목하는 나라로서의 국격을 되찾아주길 꿈꾼다.

더불어 부활의 기쁨이 경북 및 강원도 산불피해 주민, 소년소녀가장, 독거노인, 탈북민 등 이 땅의 소외되고 고통당하는 이웃들에게도 울려 퍼지길 소망한다. 특히 한시라도 빨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식되길 바라며, 더 이상 희생자들이 나오지 않기를 염원한다. 또 억압과 핍박을 받으면서 살아가는 북한동포들에게도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소망이 가득하고, 백신도 맞지 못해 코로나19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는 제3세계 사람들에게도 부활생명이 흘러넘치길 기도한다.

무엇보다 가뜩이나 어려운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더 큰 고난을 겪었던 한국교회가 이제는 당차게 나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누구보다 앞장서 대사회적 메시지를 전했던 한국교회였음에도 사회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되어버렸던 아픔을 뒤로하고, 이제는 시대를 바로 보고 잘못 가면 바른 길로 인도하는 푯대가 되길 간절히 기도한다.

덧붙여 모든 것을 내려놓고 가난하고 병들고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헌신한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아 한국교회가 겸손하게 이웃을 섬기고 사랑을 실천하는 역할을 다하길 기대한다.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의 죄를 대신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신 것처럼, 한국교회가 스스로를 내려놓고 사회를 섬기는데 전력을 쏟길 원한다. 여기에 더해 그동안 하나 되지 못한 모습을 철저히 회개하고 각성해 우리 사회에 하나 됨의 본을 보이길 바란다.

2022년 부활절 오늘, 한국교회가 고난당하는 하나님의 피조물과 함께 진정한 부활의 생명을 나누고, 고통과 좌절에 빠진 이들에게 희망과 환희의 메시지를 전달하길 진심으로 요청한다.

예장 합동개혁 총회장본지 상임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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