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너를 보내기로 마음먹은 날
감나무 잎이 
툭,
바람 따라 가버렸다

홀로 계절을 버텨야 할 민낯의 감,
감나무에게 덜렁 남겨진 감은
그리움의 몫을 제하고도 나누어 떨어지지 않는
집착.

너를 보내고 난 무수한 가지 끝에
그리움인양 익어가는 집착

언제나 사랑으로 매달리고 싶다
옛 바람이 귓전에 흘리고 간다

 -시집 『장교와 시인』에서

* 박말희 시인: 《열린시학》 등단. 
  시집: 『달콤한 버릇』  『아이스커피』  등
  한국기독시인협회 사무차장 . 기픈시문학회 회원. (주)동화세상 에듀코 코치.

 

정 재 영 장로
정 재 영 장로

사랑만큼 시 주제가 많은 경우도 드물다. 사랑이란 아주 포괄적 의미라서 내용도 다양하다.  남과 여, 부모와 자녀, 국가나 종교 대상에 대한 신앙까지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은 어떤 영역에 대입해도 타당한 의미를 가진다. 사랑이란 우주 안에 가장 귀한 가치여서 그 추구로 읽어도 된다.

첫 연에서는 사랑의 대상과 별리하는 시기를 말한다. 가을바람에 떨어진 감나무 잎처럼 세월의 조건으로 헤어지는 사랑을 말하고 있음이다. 

2연에서는 떠나간 감이파리와 달리 감나무의 본질인 감을 통해 마치 까치밥처럼 가지에 끝에 매달려 있는 사랑의 본질을 보여준다. 떠나가더라도 잊지 못하는 사랑의 속성 중 하나를 보여주고 있다. 이때 집착이란 포기하지 못한 내면심리다. 그것이 바로 사랑의 현상이다. 그 면에서 사랑은 떨어져 있어도 그리움으로 항상 존재하는 심리임을 말하려 함이다. 첫 연에서는 대상을 보내려 했다 한다. 그러나 3연에서는 스스로 보내지 못했음을 말한다.  감은 이런 갈등을 가지는 애절한 그리움에 대한 형상화를 위해 동원한 사물이다.  ‘무수한 가지 끝’에 달렸다 함도 수많은 그리움의 절절함을 형상화시키고 있다.

마지막 연, ‘언제나’는 영원함이다. 그래서 영원한 사랑에 대한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요구로. 화자는 ‘매달리고 싶다.’고 고백한다.

마지막 행의 ‘옛 바람’도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언어유희로 해석하도 무방하다. 바람은 風일 수도 있고 바라다’의 명사인 望으로 받아들여도 좋다. 이루지 못한 꿈이 사랑인 것을 은연중에 보여주고 있다.

작품을 형식면에서 보면, 떨어진 이파리와 매달린 열매를 보여줌으로, 떠남과 남음, 포기와 집착 등, 이질적이고 상반적인 구조를 이룬다. 양극화 이미지로 대비시키는 융합시론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좋은 작품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전 한국기독교시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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