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종 목사.
김효종 목사.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감염병 1급에서 2급으로 하향되고, 길고 길었던 사회적 거리두기도 모두 해제됐다. 지난 2년여 동안 끈질기게 우릴 괴롭혔던 코로나 팬데믹에서 벗어나 코로나 엔데믹이라는 새로운 시대를 맞았다. 거리에는 곳곳이 인파로 붐비고 있으며, 통제가 사라진 식당 등 소상공인들의 억눌려 있던 마음도 뻥 뚫렸다. 모처럼 대면예배에 각 교회 성도들의 마음도 한결 가볍고, 이를 바라보는 목회자들도 한시름 덜었다.

물론 코로나19가 완전 종식된 것은 아니지만, 엔데믹은 근래 국민들의 닫혀있던 마음의 문을 열어준 것만은 사실이다. 다만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2년여 동안 억눌려 있던 상황에서 다양한 후유증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육체적 고통을 넘어서는 정신적 고통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정도다.

말 그대로 코로나 블루로 국민들의 정신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19와 우울감이 합쳐진 말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국민들 대부분이 한 번쯤은 경험했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경계심으로 실내에만 머무르다보니 답답함이 생기고, 덩달아 무기력증도 동반된다. 또 혹시 감염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이고, 온갖 증명되지 않은 민간요법을 맹신하는 경우도 발생하며, 온종일 코로나와 관련된 뉴스를 검색하는 등 일상생활을 저해하고 있다. 이러한 증상은 엔데믹 시대를 맞는 순간에도 계속되어 일상으로 복귀를 늦추고 있으며, 국가적 손실로 다가오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직접적 정신적 후유증뿐 아니라, 코로나19는 사회적 분열도 조장했다. 이로 인해 또 다른 정신적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고 있다. 바로 백신을 맞은 사람과 맞지 않은 사람으로 나뉘어 옳고 그름을 따지더니, 이제는 한 번이라도 확진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의 미묘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지난해만해도 확진자가 조심스럽게 행동했다면, 최근에는 확진되지 않은 사람들이 오히려 확진자들의 눈치를 보는 웃지 못 할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이 벼슬이 아님에도 철저하게 방역수칙을 지키고 잘 견뎌온 미확진자들은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대사회적으로도 많은 기업들이 코로나 시대를 겪으면서 위기에 처했고,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어버렸다.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어버리고, 가게의 문을 닫는 등 너무도 처참했다. 단순히 문을 닫는 수준에서 끝이 났으면 그나마 좋았겠지만, 은행의 빚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불어났다. 엔데믹을 맞아 조금씩 미래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가져보지만, 지칠 대로 지쳐버린 이들의 마음에는 큰 구멍이 나있다. 더욱이 코로나 팬데믹 상황서 끊임없이 치솟은 주택가격과 빈부의 격차는 국가 기반마저 크게 흔들리게 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코로나 블루를 단순히 지나갈 것으로만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세계적으로 볼 때 감염병이 창궐한 후 자살률은 급격히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시라도 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대목이다. 지금까지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K방역으로 코로나19에 잘 대응해왔다면, 코로나 엔데믹 상황에서 이제는 상처가 난 국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줘야 할 때이다. 그리고 그 역할을 우리 한국교회가 하길 바란다. 한국교회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가장 많은 피해를 보기도 했지만, 자아성찰의 기회를 얻기도 했다. 이제 국민들의 정서적 안정을 되찾아주고, 그들이 마음을 추스를 수 있도록 어깨를 감싸줘야 한다. 그길이 한국교회와 우리 사회가 함께 재건되는 기회라고 본다.

정부 역시 확진자나 미확진자나 어느 누구도 차별받지 않도록 균형 잡힌 정책을 수립하고, 국민들의 잃어버린 일자리와 닫혀버린 가게의 문을 활짝 열도록 책임성 있는 노력을 다해야 한다. 코로나19로 무너진 우리 사회가 엔데믹을 맞아 새로운 도약을 하고, 모두가 행복한 나라가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예장호헌 증경총회장·한교연 상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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