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첫돌 지난 아들 말문 트일 때
입만 떼면 엄마, 엄마
아빠 보고 엄마, 길 보고도 엄마
산 보고 엄마, 들 보고 엄마

길옆에 선 소나무 보고 엄마
그 나무 사이 스치는 바람결에도 
엄마, 엄마
바위에 올라앉아 엄마
길옆으로 흐르는 도랑물 보고도 엄마

첫돌 겨우 지난 아들 녀석
지나가는 황소 보고 엄마
흘러가는 시내 보고도 엄마, 엄마
구름 보고 엄마, 마을 보고 엄마, 엄마

아이를 키우는 것이 어찌 사람뿐이랴
저 너른 들판, 산 그리고 나무
패랭이풀, 돌, 모두가 아이를 키운다

문 현 미 시인
문 현 미 시인

갓 태어난 아기가 맨 처음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은 울음이다. 그러다가 얼마 지나면 옹알이를 하고 첫돌 무렵에 말을 하기 시작한다. 아기가 첫 발을 뗄 때나 처음으로 말을 할 때 부모는 무척 기뻐한다. 태어나서 가장 먼저 배우는 말이 무엇일까. 대부분 엄마라는 말일 것이다. 아기들은 엄마와 접촉이 많기 때문에 가장 가까이에 있는 엄마에게서 말을 배우곤 한다. 그래서인지 아기의 입에서 자주 나오는 말도 엄마다. “입만 떼면 엄마, 엄마”일 수 밖에 없다. 아기의 입장에서 보면 엄마를 중심으로 보고, 듣고, 먹고, 느끼기 때문이다.

이 시는 제목이 바로 <엄마>이다. 누구나 엄마 앞에서는 가식이나 거짓 대신 바로 서 있고 싶다. 시인은 아버지로서 어린 아들을 키웠던 지난날에 대한 회상을 바탕으로 그때 느낀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아들이 아빠인 자신보고도 엄마라고 부르고 길, 산, 들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소나무, 바위, 황소 등등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엄마라고 부른다. 아기에게 엄마는 세상의 모든 것인 셈이다. 그만큼 엄마라는 존재가 절대적인 대상이다. 

시적 화자는 마지막 연에서“아이를 키우는 것이 어찌 사람뿐이랴”며 의미심장하게 강조한다. 물론 아이는 곁에 있는 엄마를 통해서 세상을 배우고 자라난다. 하지만 화자는 그런 아이를 키우는 게 엄마만이 아니라 삶의 주변에 있는“모두가 아이를 키운다”고 믿는다. 시에서 시어‘엄마’가 계속 반복되고 있어서 그 시어가 저절로 각인이 되는 효과가 있다. 

어찌 보면 무척 단순한 시인 듯하다. 하지만‘엄마’를 시적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화려한 수사보다 오히려 소박성과 진정성에 시적 묘미가 깃들어 있다. 시어의 반복을 통해 경쾌한 리듬이 살아나고 있어서 소리 내어 읽는 재미도 있다. 오랜만에 시를 읽고 난 뒤 마음이 편안해진다. 창조주 하나님께도 자녀인 우리가 아빠, 아버지라고 자꾸 부르면 기도를 더 잘 들어주실 듯한 느낌이 든다. “누구든지 하나님의 나라를 어린아이와 같이 받들지 않는 자는 결단코 들어가지 못하리라”(마가 10:15)는 말씀이 귓전을 맴돈다. 

백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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