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형 목사.
이주형 목사.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어버이날, 부부의 날 등 가족 구성원들을 위한 기념일들이 연달아 있어, 가족에 대한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좋은 시기다. 하지만 오늘 가정의 달이 무색할 정도로, 가정 붕괴가 심각한 수준이다. 홀로 사는 1인 가족이 유행이 되어버렸으며, 조부모와 부모, 자녀가 함께 살아가는 3대의 가족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특이케이스가 됐다. 여기에 출산율 저하까지 맞물리면서 대한민국의 미래는 유례없는 위기를 맞았다. 말 그대로 대한민국 가정이 위태롭다

가족은 포용과 사랑의 공동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서로를 감싸주고 보듬어주는 유일무이한 집단이다. 어찌 보면 숱한 역경 속에서도 오늘 우리나라를 만든 것이 바로 이 가족의 끈끈한 애() 때문이었다. 그러나 요즘 뉴스에 나오는 갖가지 소식들을 보면 가족이 아니라 원수다. 부모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녀를 무차별적으로 학대하고, 자녀는 자신을 낳아주고 길러준 부모를 무시한다. 형제와 자매, 남매들의 다툼도 만만치 않다. 말만 가족이지, 남보다 나을게 없다. 부모공경, 자녀사랑은 온데간데없다. 여기에 더해 코로나19는 그렇지 않아도 멀어진 가족을 더욱 멀어지게 만들었다. 한 달에 한 번 찾았던 부모와의 만남은 더욱 줄어들었고, 화상통화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온기가 없는 만남은 부모와 자녀 사이에 간극만 조성했다. 소통의 부재는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아예 없애 버렸고, 추억으로만 간직되게 만들었다.

가족 구성원 간의 갈등구조뿐 아니라 결혼과 출산율 저하도 가족 붕괴를 부채질하고 있다. 사실 오늘 대한민국은 갈수록 결혼과 출산율이 줄어들면서 가족붕괴를 넘어 인구소멸 위기에까지 처했다. 경제적 어려움이 장기적으로 이어지면서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되어 버렸으며, 두세 명의 아이를 낳아 자녀가 재산이라고까지 말했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한명을 낳으면 많이 낳은 시대로 전락해버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출생아수는 26500명으로 5년 전인 2017357771명보다 무려 27.18%나 줄었다. 합계출산율로 따져보면 1.05명에서 0.81명으로 감소해 수치상으로만 보면 이제 한명도 제대로 낳지 않는다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가족이 심각하게 붕괴되고 있는 것이 표면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이대로 가다간 정말 대한민국이 가장 빨리 소멸될 수 있다. 그러기 전에 위기에 처한 가족을 다시 되돌려 놓아야 한다.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이 가족이라는 정의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혈연으로 맺어진 일방적 관계가 아닌 서로 소통하며 함께 살아가는 운명 공동체’, ‘사랑 공동체로 인식되어야 한다. 더불어 효() 문화가 제대로 자리 잡고, 자녀 사랑의 기류가 활활 타오르도록 국가적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독거노인 돌봄 사업과 소년소녀가장 지원 프로그램 등도 더욱 활성화시켜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응하는 국가적 노력도 뒷받침 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앞으로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젊은 세대들이 마음껏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환경을 국가가 나서서 조성해야 한다. 간단한 예로 신혼부부들을 위한 주택지원 사업과 맞벌이 부부들도 마음 편하게 아이들을 양육시킬 수 있는 돌봄 지원 사업 등을 확대하고, 이에 선행되어 다양한 일자리 창출과 가족 혜택 등을 개발·운영해야 한다.

정부의 이러한 노력에 더해 한국교회에서도 가정해체를 막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전통적인 가족의 의미가 사라져버린 오늘의 시대에, 교회가 가족의 분명한 의미에 대해서 말해줄 필요가 있다. 부모라는 영적 지도자의 권위에 대해 아이들이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 줘야 하며, ‘네 부모를 공경하라 그리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네게 준 땅에서 네 생명이 길리라는 말씀을 양식 삼도록 해줘야 한다. 마찬가지로 부모들에게도 그러므로 누구든지 이 어린 아이와 같이 자기를 낮추는 사람이 천국에서 큰 자니라는 말씀을 새기도록 해야 한다. 이와 함께 상처 받은 가족 구성원들이 진심으로 영육 간에 상처를 치유 받고, 사랑의 공동체로 거듭나도록 따뜻하게 안아줘야 한다. 그것이 바로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 가정을 회복시키는 지름길이다.

오정성화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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