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탁기 목사.
김탁기 목사.

가정의 달을 맞아 가가호호 웃음소리가 멈추지 않는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강제적으로 멀어졌던 가족들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여 오순도순 이야기꽃을 피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 날 등 각종 기념일을 챙기기 위해 이 모양 저 모양으로 분주한 나날을 보낸다. 말 그대로 1년 중 가장 따뜻한 온기가 넘치는 순간이다.

하지만 모두가 행복한 기운을 느끼고 있을 때 씁쓸한 5월을 맞은 이들이 있다. 바로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 한부모 가정 등 이 땅에 소외된 이웃들이다. 이들에게 5월은 행복하고 사랑이 넘치는 계절이 아닌 가장 잔인한 달이다. 누구하나 찾아오는 사람이 없으며, 그나마 오던 작은 정성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모두 막혀 버렸다. 그 흔한 카네이션 하나 가슴에 달지 못해도 서운함을 감춰야만 했고, 얼마 하지 않은 장난감조차 갖지 못해 응어리진 가슴을 삭혀야만 했다. 이들에게 가정의 달은 그저 사치에 불과하다. 오죽하면 가정의 달 자살을 선택한 자들이 있겠는가. 정이 넘치던 우리 사회가 왜 이렇게 됐는지 아쉬울 따름이다.

분명한 것은 그 형태와 모양새는 다르지만, 모두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구성원이다.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있듯이, 주변에 홀로 외롭게 보내는 이웃이 있다면 보듬고 안아줘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더욱이 요즘처럼 살기가 퍽퍽한 시대일수록, 아낌없는 도움의 손길을 건네야 한다. 꼭 거창하게 후원하거나 선물을 준비할 필요도 없다. 작은 정성이지만 나누고, 말동무라도 해주면 된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어쩔 때는 천금보다 귀하다. 꼭 어버이날이나 어린이날, 한부모의 날이 아니더라도 지역 어르신들을 찾아 벗이 되어주고, 아이들이나 한부모 가정을 찾아 필요한 것들을 채워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된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깊은 관심이지, 편견이 아니다.

무엇보다 작금의 상황에서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은 가정에 대한 인식전환이라고 본다. 과거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가족을 구성하는 가장 큰 틀은 혈연이었다. 물론 입양을 하거나 이런 저런 이유로 새롭게 가족으로 구성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혈연관계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러다보니 내 가족이 아니면 크게 개의치 않거나, 특별한 관심을 두지 않는다. 하지만 이제는 변화되어야 한다. 오늘 우리 사회는 다양한 가족의 형태가 있다. 혈연이 아니라고 무신경으로 대하기는 우리 사회가 너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제는 가족이라는 범위를 좀 더 확장시켜야 한다. ‘가 모여 우리를 이루듯이, 이제는 독거노인이든, 소년소녀가장이든, 한부모 가정이든 모두가 우리 안에서 가족이라는 개념을 정립시킬 필요가 있다. 처음에는 힘들고 서투르겠지만, 하다보면 으로 똘똘 뭉쳐 있던 우리나라 특유의 문화가 되살아 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혼자 쓸쓸히 죽음을 맞이하고도 백골이 되어서야 발견되는 슬픔도 멈출 것이며, 배고픔에 과자를 훔치는 아이들도 줄어들 것이다. 또 부모에게 학대를 당하는 아이들을 보고도 나 몰라라하지 않을 수 있고, 한부모라고 놀림을 받는 아이들도 줄어들 것이다. 이 모두가 한 가족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렇게 우리 사회는 아름답고 정의롭고 공의로운 사회로 가게 된다.

그리고 한국교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소외된 이웃들을 향해 나아가길 기대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모두가 힘든 가운데 교회 역시 고난의 가시밭길을 걸어야 했다. 문제는 교회마저 소외된 이웃들을 향한 도움의 손길을 놓쳐 버리고 말았다는 점이다. 사랑의 종교인 교회마저 소외된 이웃을 향한 나눔을 져버렸는데 누가 그들의 손을 잡아주고, 아픈 가슴을 어루만져줄 수 있단 말인가.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우리는 이 땅의 소외된 이웃들의 가정을 되돌아보고, 그들이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는 점을 알려줘야 한다. 그리고 어떠한 모양새든 모든 가정에 웃음꽃이 끊이지 않는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꿈꾼다.

그리스도교회협 증경회장·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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