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정치집단화 되어가고 있다. 목사·장로들이 6.1지방선거를 앞두고, 특정정당의 후보를 지지하는 모임을 갖는 것을 보면서, 그리스도인의 한사람으로서 부끄럽다. 한마디로 일부 목사·장로들의 이 같은 모습은 교회가 특정정당과 후보를 위한 종교단체로 비쳐지기 쉽다. 기독교인 모두는 정치와 종교는 분리되어야 한다는 말을 귀가 닳도록 들어왔다. 그럼에도 선거 때만 되면, 목회자는 교회 강단에서 특정후보를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말을 하고 있다

이 말은 6.1지방선거를 앞두고 모 평신도연합회가 지난 14일 특정정당 광역단체장 도지사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선 것에 대한 비판의 말이다. 이날 지지모임의 사진은 SNS를 통해 빠르게 퍼져 나갔다. 기독교인의 한사람으로, 국민의 한사람으로 특정 후보를 지지 할 수 있다. 하지만 단체의 이름으로 특정후보를 지지하고 나선 것은, 마치 기독교인 모두가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것처럼 비쳐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같은 모습은 지난 대통령선거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한국교회는 이 평신도의 말대로 한국선교 이후 지금까지 정교분리를 주장해 왔다. 목회자로부터 쇠뇌 되도록 정교분리를 들어 왔고, 듣고 있다. 그것은 영미선교사들이 일본식민지 아래서 총독 이토 히로부미가 한국지배를 용이하고, 기독교인들이 독립운동에 참여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정치적인 것은 총독부가 할 일이고, 교육과 종교적인 것은 교회가 할 일이다는 것을 철저하게 따른 것에서, 정교분리가 악용되어 왔다는 사실.

이를 철저하게 악용한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기독교 등 종교세력이 자신의 정치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게 되자, 정교분리를 내세워 기독교인들의 정치적인 참여를 막았다. 일제하에서 영미선교사들은 이토의 정교분리를 철저하게 따랐다. 선교사들은 기독교인들의 정치적인 발언, 특히 독립운동을 정치적인 행동으로 여기고, 그리스도인들의 독립운동을 교리로 막았다.

심지어 독립운동에 참여하는 교인들을 교회에서 제명, 추방하는 일도 일어났다. 정교분리는 처음 존 로크에 의해서 주창됐다. 홉즈가 주창한 국가종교나, 로크가 주창한 정교분리는 모두 종교를 보호하기 위해서 내놓은 학설이다. 한마디로 국가종교는 종교개혁이후 종교 간의 일어나는 다툼과 갈등에 국가가 개입해서 해결해야 한다는 학설이다. 반면 정교분리는 종교 간에 일어나는 다툼과 갈등을, 종교 스스로 해결 할 수 있도록 보장해 주어야 한다는 학설이다.

한국교회는 정교분리를 내세워 군사독재정권 아래서 예언자적인 사명을 감당하지 못했다. 이승만 정권 아래서도 마찬가지이다. 많은 학생과 양심 있는 지식인들이 탄압을 받는데도, 광주에서 시민들이 고난을 당하는데도, 침묵하며 군사독재정권을 비호했다. 오히려 정교분리를 주장한 이들은 피묻은 손 위에 기도를 해주는 잘못을 범했다. 예언자적인 사명을 감당하는 교회와 목회자, 교인들을 정치목사, 빨갱이, 좌파로 매도하며, 자신들은 조찬기도회 등을 열어 정치적인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한마디로 한국교회는 보수나, 진보나 할 것 없이 한국선교 이후 지금까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권에 빌어 붙어 충견 역할을 충실히 해 왔다. 정권과 밀착되어 작두 위에서 칼춤을 추었다. 특히 오늘 일부교회와 단체, 목사·장로들이 정치에 깊숙이 개입하면서, 이것이 교회가 해야 할 일인가(?)에 대해서 교인들은 의문을 갖기 시작했고, 정치적인 교회, 목사·장로에 대해서 염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것이 무슨 교회이냐?”, 교회를 떠나는 교인도 적지 않다.

정교분리를 목회자로부터 귀가 따갑도록 들어온 교인들의 입장에서는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분명한 것은 교회공동체 일원은 각각 생각과 이념이 다르다. 목사와 장로가 특정정당의 후보자를 지지하고 나서는 순간, 특정정당을 반대하는 교인은 교회를 떠날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대해 교회를 이끌어가는 지도자인 목사와 장로는 깨달아야 한다. 교회의 지도자인 목사와 장로가 특정정당과 특정후보를 지지하고 나서는 순간, 교회는 분열 할 수밖에 없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교인 간에 분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교회의 화평과 화합을 위해 교회의 지도자인 목사·장로는 정신을 차리라는 한 평신도의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드려야 한다. 홉즈와 로크는 교회의 화합을 위해서 국가종교, 정교분리를 주장했듯이목사와 장로는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하더라도, 교회 내에 이를 반대하는 교인 50%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