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이 지난 2일 임시총회를 열어 한교총과의 통합을 결의했다. 그러나 통합까지 가는 과정은 벌써부터 험난해 보인다.

한기총은 한국기독교연합회관 대강당에서 연 임시총회에서 기관 통합의 건을 논의한 끝에 표결에 붙여 총 투표 수 135표 가운데 통합 찬성 70, 반대 64, 무효 1표로 가결했다. 그러나 논의과정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반대하는 측은 왜 임시대표회장 체제로 통합부터 하려 하나. 새 대표회장을 뽑고 한기총을 정상화하는 게 우선이라며 거칠게 반대 의견을 표했다.

투표 과정도 그리 매끄럽지 못했다. 1차 투표에서 개표 결과 총 투표자 수보다 2표가 더 나와 끝내 재투표하기로 결정하는 등 우여곡절이 있었다. 재투표 끝에 가까스로 한교총과 통합이 결정됐지만 김현성 임시대표 체제에서 기관 통합을 결정하는 임시총회를 개최한 것에 불만을 품은 회원들이 적지 않아 당분간 진통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임시총회가 끝나자마자 임시 대표회장인 김현성 변호사가 배임을 저질렀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안팎도 어수선하다. ‘한기총 정상화추진위원회가 지난 7일 오전 한국기독교연합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 임시대표회장의 법적 자격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이 문제는 향후 법적인 시비로 번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고영일 변호사가 김 임시대표회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한데다 정상화위 측이 회원 3분의 1의 동의를 얻어 새 대표회장 선출을 위한 임시총회 소집을 법원에 청구하겠다고도 밝혔기 때문이다.

한기총 내부에서도 정리되지 못한 문제가 있다. 그건 양 기관이 통합할 경우 결과적으로 한기총의 해산으로 이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끊이지 않는 데 있다. 이에 대해 임시대표는 원래 분열되기 전 한기총을 회복하는 것이라며 해산과는 반대 방향의 연합사업”“한기총의 명칭과 역사를 그대로 승계한다등의 말로 설득에 나섰으나 과연 그 말대로 될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렇게 되려면 통합의 상대인 한교총이 거의 한기총의 품에 안기는 정도의 대폭 양보가 뒤따라야 하는데 과연 한교총이 그런 결단을 내리면서까지 통합에 적극적으로 임할지 지금으로선 예단하기 어렵다.

교계에서는 한기총과 한교총의 통합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견해가 있는 반면에 부정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그것은 한국교회가 연합해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대전제에도 불구하고 두 기관이 지나치게 정치적인 결합을 향해 달려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의 시선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사실 한기총과 한교총 사이에는 서로의 정체성에서 뛰어넘기 힘든 장벽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그것은 한기총이 WCC를 반대하는 쪽에 서 있는 반면에 한교총에는 대교단 중 두 교단이나 WCC 회원이어서 이 문제를 매듭짓지 않고 기계적인 통합을 이룬들 장래를 보장하기 어렵다.

보수 연합기구의 한 축인 한교연이 한교총과의 통합에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한교연은 보수 연합기관이 하나로 통합하는 데 있어 전제조건으로 한교총에는 정체성을 분명히 할 것을, 한기총에는 임시체제가 아닌 조속한 정상화를 요구한 바 있다.

우여곡절 끝에 재개된 연합이라는 대의에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는 마음이 간절하다. ‘연합이라는 대의에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위기에 처한 한국교회에 희망이 되기 위해서다. 그러나 그럴수록 절차도 내용도 한 치의 흐트러짐이 없어야 한다. 무언가에 쫒기듯 서두르다 집을 짓기도 전에 허물어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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