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재 성 교수
김 재 성 교수

평양대부흥 운동의 현장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키는 설교를 했단 당사자, 윌리엄 블레어 선교사는 처음 한국인들을 만나고 난 후에 “찢어진 가슴” (broken heart)을 가지고 살아가던 불쌍한 사람들이었다고 여러 차례 술회한 바 있다. 당시 한국 백성들은 부패하고 무능력한 정부를 사랑하고 지지해야만 했는데, 너무나 허약하고 무기력하여 국민들을 돌보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복음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져 가고 있었다고 말할 수 있었다. 이런 극도로 참담한 조건들로 인해서 구원의 복음을 쉽게 확산될 수 있었다고 하였다. 

그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버림받아서 무시당하고, 상처받고 찢어진 가슴을 가지고 살던 자들에게 하나님의 구원복음이 주어졌다. 심령이 가난한 자가 복이 있으며, 애통하고 회개하며 슬퍼하는 자가 위로를 받는다. 하나님은 심령이 찢어진 자들을 멸시하지 아니하시며, 외면하지 않으신다. 바로 그 무렵에 이르러서야, 초기 한국 개신교 선교사들이 내한할 수 있도록 입국의 통로가 열려지게 된 것이다.

에모리 대학교 총장 캔들러 (W. C. Candler)가 구한말 기울어가는 조선을 방문한 후에 쓴 글에도 찢겨진 심령을 목격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여러분은 마음이 깨진, 심령으로 애통하는 나라를 본 일이 있습니까? 
보지 못하였다면, 한국을 보지 못했을 것이 확실합니다. 
나는 여기 오기 전에 심령으로 애통하는 남녀를 본 일은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을 보기 전까지는 온 겨레가 온통 그 뿌리에서부터 좌절한 모습을 보지는
못하였었습니다. 한국은 이제 희망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적어도 그들은 안팎에서
완전히 절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세기를 두고 추구한 일본의 야망이 성취되고,
한국은 그 마지막 독립의 희망을 잃고 말았습니다.


찢겨진 심령으로 좌절과 절망에서 허덕이던 나라. 희망이란 완전히 사라진 나라에 복음이 울려퍼졌다. 한국에 복음의 문호를 열어놓은 사람들을 종합적으로 돌아보면서, 초기 선교의 의미와 교훈을 찾으려 한다. 물론, 여기에서 우리는 알렌 선교사 한사람만의 공헌과 탁월한 헌신만으로는 설명될 수 없을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수많은 사람들을 사용하여서, 미국 북장로회 선교부와 후원교회들, 중국에 거주하던 선교사들의 활동과 성원, 고종과 주변의 정치인들, 만주에서 영국 선교사들과 접촉했던 초기 한국 신자들이 함께 연루되어서, 비로소 한반도에서 교회가 세워지고 오늘날까지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가는 업적과 성취를 가능하게 되었다. 우리가 이런 하나님의 섭리적 간섭을 확신하면서 앞으로 더욱 더 충성하게 되기를 소망하는 것이다. 복음전파의 관점에서 볼 때에, 역사적 이정표에 해당하는 기념비적인 사건들이 130년 전에 벌어졌었고, 그 역사적 의미를 발견하고자 하는 것이다. 

<계속> 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부총장/  조직신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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