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창 주 교수
김 창 주 교수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스(1450-1516)는 「7대 죄악」이라는 그림을 남겼다. 1480년경 완성된 유화로 크기는 120×150cm,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화가는 동그란 탁자에 일곱 가지 죄악을 묘사하고 한 가운데 ‘하나님의 눈’을 그렸다. 눈동자는 십자가를 배경으로 창에 찔린 예수가 상처를 만지며 서 있다. 빗살무늬 경계에 네 마디 라틴어를 새겼다. Cave Cave Deus Videt. 곧 “조심하라 조심하라 하나님이 지켜보신다.” 하나님은 일곱 개의 그림으로 표상된 인간의 모든 영역을 한 눈에 보신다. 결코 하나님의 눈 밖으로 벗어날 수 없는 인간의 현실을 직시하게 한 것이다. 이 그림은 중세의 신앙관을 충실하게 구현하여 인간이 빠지기 쉬운 각종 죄악상에 대하여 실감나게 보여준다.  

잠언 6장은 야웨가 미워하시고 마음에 싫어하시는 예닐곱 가지를 열거한다. 마치 십계명의 열 번째 말씀을 상세하게 풀이한 것처럼 보인다. 신체의 일부를 빗대어 내면이 일으키는 역동을 보여준다. 우리에게 해당되지 않는 사항이 없다. 본문은 미워하시는 것 6 가지, 싫어하시는 것 7 가지로 구분하였으나 그 경계가 어딘지 알 수 없다. 교만한 눈, 거짓된 혀, 무죄한 자의 피를 흘리는 손, 악한 계교를 꾀하는 마음, 악으로 달려가는 발, 거짓을 말하는 망령된 증인, 형제 사이를 이간하는 자. 분명한 것은 하나님이 일곱 가지를 모두 혐오하고 혐오한다는 사실이다.

중세교회는 잠언 6장의 죄악상을 분노(熄忿) 질투(平妬) 탐욕(解貪) 나태(策怠) 음란(防淫) 인색(塞饕) 교만(伏傲) 등으로 범주화했다. 보스는 그 당시의 교리를 일곱 개 단화로 그렸다. ① 분노(Ira): 본래 분노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주신 힘이다. 죄와 악과 유혹에 맞서 분을 내며 힘써 싸우라는 격려다. 그 대신 우리는 화를 참지 못하고 폭발한다. 상실과 결핍 때문에 분을 내는 것이다. 분노는 미련한 자를 죽이고(욥 5:2) 증오와 살인을 일으킨다. 사후에 산채로 살이 찢기는 형벌을 받는다. ② 질투(Invidia): 질투와 시기는 가장 가까운 사이에서 자극된다. 가까운 누군가 잘 살거나 행복한 꼴을 못 본다. 상대가 칭찬받거나 인정받는 것을 보면 생기는 감정의 변화다. 남의 불행을 보고 안도하거나 그럴 줄 알았다며 박수를 친다. 평온한 마음은 육신의 생명이나 시기는 뼈를 썩게 하느니라(잠 14:30; 욥 5:2). 

③ 탐욕(Avaricia): 인색(吝嗇). 탐욕과 인색은 양면이다. 바다는 강물이 끊임없이 흘러 들어와도 결코 채워지지 않는다. 물질, 명예에 대한 욕망은 끝이 없다. 남에게 베풀기 싫어하고 자기만 생각하고 챙긴다. 탐욕은 내세에 펄펄 끓는 물에 떨어지는 형벌을 받는다. ④ 식탐(Gula): 음식을 지나치게 탐한다, 절제하지 못하고 과식하거나, 재물의 과한 욕심도 같은 탐욕이다. 식탐의 현대적 버전은 과소비, 디지털 중독이다. 아퀴나스에 의하면 심지어 미식도 식탐의 범주에 든다. 사후에 그들은 쥐나 뱀을 먹게 된다. “네가 만일 음식을 탐하는 자이거든 네 목에 칼을 둘 것이니라”(잠 23:2). ⑤ 나태(Accidia): 냉담, 게으름, 무관심, 책임 회피 등이 여기에 속한다. 선행에 게으른 모든 죄, 기도나 영적 독서에 대한 소홀, 자신의 소임을 다하지 않으며, 일을 싫어하고, 무익한 일이나 농담 등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도 포함된다. “게으름이 사람으로 깊이 잠들게 하나니 태만한 사람은 주릴 것이니라”(잠 19:15). 사후에 뱀 구덩이 떨어진다.

⑥ 정욕(Luxuria): 인간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모든 행위다. 정욕은 정결의 덕을 거스르게 하고 자연히 절제력을 약화시킨다. 성적 쾌락을 위한 약물 및 도구 사용, 성적 흥분을 일으키는 데 즐거움을 찾거나 이를 개발하고 보급하고 종사하는 것도 동일한 범죄다. 바울의 교훈은 섬뜩하다. “그리스도 예수의 사람들은 육체와 함께 그 정욕과 탐심을 십자가에 못 박았느니라”(갈 5:24). 죽으면 불과 유황불에 떨어진다. ⑦ 교만(Superbia): 긍지, 자부심. 우월의식 등은 모든 죄의 뿌리다. 중세교회는 심지어 거울을 보는 것까지 경계한다. 왜냐하면 거울을 보며 자칫 자신에게 취하여 나르시스트가 될 수 있기 때문에다. 무감어수 감어인! 사후에 바퀴에 깔려죽는 형벌을 받게 된다.

일곱 가지 죄는 태어날 태부터 본능적으로 범하기 쉬운 죄다. 그렇다고 죄인으로 태어났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함께 먹고 함께 살아야하는 공동체에서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 절제하지 못하고 지나치면 순간적으로 범죄에 빠지기 쉽다. 

한신대 구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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