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성 길 목사
권 성 길 목사

산책을 하다보면 강아지를 데리고 나온 사람들을 본다. 그런데 개들은 아무데서나 나무만 있으면 한쪽 다리를 들고 ‘쉬’를 해대서 주인을 곤란하게 만드는 것을 본다. 지극히 당연한 일처럼 보이지만 따져보면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현상이다. 개의 그런 행동은 “여기는 내 땅이야”라는 일종의 시위이자 선언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습관을 가진 동물이 어디 강아지뿐인가? 늑대들은 강아지처럼 나무에다 오줌이나 똥을 누어서 자신의 영토를 만방에 선언한다. 하마는 자신의 똥을 물속에 흩어놓음으로써 냄새로 자신의 영토를 주장하고, 곰은 두 발로 일어서서 나무에다 발톱으로 상처를 내어 그렇게 한다. 자신의 고유역역에 들어오려고 하면 이 땅을 차지하고 있는 자신과 일전(一戰)을 각오하라는 준엄한 경고의 뜻을 담고 있다. 

이 같은 습관은 영역수호의 본능을 가진 동물들에게 인구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에 없어서는 안 되는 기능이다. 먼 옛날부터 동물들의 몸에 깊숙이 배어 있는 영토선언의 본능이 굳이 오늘날 아파트촌의 강아지에게까지 이어질 필요가 있는 것일까? 현대를 살아가는 애완용 강아지가 산책길에 영토선언을 해야 이유가 없음이 분명하다. 

오히려 가는 곳마다 더럽게 오줌을 싸댐으로써 주인을 난처하게만 할 뿐이다. 하지만 어찌하랴. 그렇게 생겨 먹은 것을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오늘도 강아지는 주인과 나서는 산책길에서 나무만 보면 오줌을 싸고 싶은 본능을 버릴 수가 없다. 그나마 개는 사정이 좀 나은 편이다. 오줌을 싸긴 하지만 충성심이라는 다른 본능을 가진 덕분에 인구증가 속도만큼이나 견구(犬口)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으니 말이다. 

다른 수많은 종의 생물들은 멸종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인간이 세상을 지배하기 전까지 그들은 그동안 수백, 수천만 년 동안이나 잘 살아왔다. 오늘날에 와서 갑자기 다랑 멸종되는 사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것은 인간으로 인해 생활환경이 현저히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살기에 너무나 좋았던 옛날의 환경아래서 만들어진 본능들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환경 변화였는데 본능은 이에 걸맞게 변화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동물들은 멸종할 수밖에 없었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한껏 자만심에 가득 한 인간은 어떤가? 인간 역시 급격히 변화해버린 환경 속에서 힘들어하기는 마찬가지다. 자신이 만들어 놓은 변화이긴 하지만 생활환경이 바뀌었다는 점, 그리고 적응하는데 어려움이 많다는 점에서 다른 동물들과 별반 다른 점이 없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최초 인간은 초원 속의 사냥과 수렵‧채취 생활에 적응하도록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제 인간은 다른 동물과는 달리 자유의지를 갖고 있다. 자유의지란 스스로 변해갈 수 있는 능력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자유의지를 이용해서 변화된 환경을 제대로 적응하고 있는 것일까? 몇 가지 사례로부터 우리의 여행을 시작해보기로 하자. 

새세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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