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창 주 교수
김 창 주 교수

이스라엘이 이집트 땅에서 탈출하여 갈대바다 광야 길로 나올 때 ① ‘대열을 지어’ 나왔는지, ② ‘무장하고’ 나왔는지 애매하다. <70인역>을 비롯한 번역은 다음과 같이 크게 두 가지 견해로 나뉜다. 아래 표에서 보듯 후자를 택한 경우가 많다. 

히브리어는 ‘םישׁמהו’(와하무심)으로 구약에서 그 의미와 용례가 명확하지 않다. ‘무장한’(armed)으로 읽는 방식은 타르굼 옹켈로스에서 확인되고 이후 유대교가 따르고 있다. 그러나 바로 앞 17절에서 전쟁에 대한 두려움과 염려가 언급되었고, 아말렉 전쟁은 나중에 나오기 때문에 이스라엘 자손의 무장 이론을 반영한 번역들(NRSV, TaNaK, NIV, 공동번역, 성경)은 맥락을 잘못 짚은 것으로 보인다. <70인역>의 ‘πέμπτη δὲ γενεὰ’(in the fifth generation)도 마찬가지로 문맥에서 벗어난다. 

라시로 알려진 11세기 랍비 슬로모 이츠하크(Rabbi Shlomo Ytzchaki)는 전통적인 해석 ‘무장한’을 따르면서 아말렉 전쟁(출 17), 미디안 전투(민 31) 등에 필요한 장비를 갖춘 것이라고 주석하였다. 한편 라시는 히브리어로 ‘다섯’을 뜻하는 하메스(שׁמה)를 주목하며 하미심(םישׁמה)을 복수형 50, 또는 분수(分數) 1/5에 관련시킨다. 그에 의하면 이스라엘 백성 1/5은 홍해를 건너 자유인이 되었으나, 나머지 4/5는 아홉 번째 재앙 흑암으로 죽었다는 주장이다. <The Sonsino Chumash, 407> 그의 상상력이 아니라 사실 유대 전승 미드라시에 의존한 것이다. 간혹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의 인구 비율이 언급되는데 극히 소수의 사람들만 성공하였다고 본다. 곧 오직 1/5 또는 1/50의 일부 이스라엘만 탈출하여 살아남았다.<Mechilta Beshalach 1.>  

하무심이 군사 용어라면 숫자 5, 또는 50과 관련되어 ‘다섯 부대,’ 또는 ‘50개 부대’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따라서 이스라엘이 이집트에 나올 때 군대처럼 매우 조직적으로 탈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하무심이 군사 용어로 본격적으로 사용된 예는 여호수아와 사사기에서 발견된다(수 1:14; 4:12; 삿 7:11). 출애굽기 13장 이전에 이스라엘 자손을 설명할 때 ‘군대대로’(םתאבצל)라는 군사 용어가 쓰인다. 차바(אבצ)는 전쟁, 군대, 천사 집단 등을 뜻하지만 실제 조직된 집단이라기보다는 옹기종기 뭉쳐있는 형상을 지칭한다(출 6:26; 7:4; 민 1:52; 왕상 22:19). 이 때 차바는 하무심처럼 의도적으로 결성된 모임이나 회합이 아니며 전체 구성원을 가리키지도 않는다. 나중에 차바는 군대 무리나 전쟁을 위해 조직된 집단을 가리키는 의미로 빈번히 사용된다(민 1:3; 2:4; 삿 8:6; 대하 28:9; 시 68:13). 

모세는 출애굽과 광야 행진을 거치며 조직되지 않은 집단의 원시적 혼란과 불안을 겪었다. 거대한 집단을 효율적으로 이끌기 위한 조직의 필요성을 절실히 깨달은 후에 그는 12지파 중심으로 ‘대오(隊伍)를 형성하여’ 행진할 수 있도록 설계하였다. 출애굽 공동체는 분명히 전쟁에 참전하는 무리가 아니다. 이집트와 바로의 압제로부터 해방과 자유를 위하여, 또한 하나님을 예배하기 위하여 함께 모인 공동체다. 그러므로 하무심은 ‘단단히 무장하고’(공동번역) 떠났다기보다는 상호연대를 확인하고 의지하는 ‘대열을 지어’(개역개정, NKJV) 탈출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한신대 구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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