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옹

남극 황제펭귄이 영하 수십 도의 폭풍설을 견디는 것은 포옹의 힘이다
그들은 겹겹이 에워싼다
수백 수천의 무리가 하나의 덩어리로 끌어안고 뭉친다
천천히 끊임없이 회전하며 골고루 포옹의 중심에 들어가도록 한다
그 중심은 열기로 더울 정도라고 한다
남극 황제펭귄의 포옹은
영하 수십 도를 영상 수십도로 끌어올린다

문 현 미 시인
문 현 미 시인

포옹을 하지 않고 산지 꽤 오래 되었다. 어쩌면 이 따뜻한 단어를 아예 잊고 살았던 것은 아닌지. 혼자서는 결코 할 수 없는 일. 사람이든 짐승이든 함께 있을 때 가능한 몸짓이다. 한동안 바이러스 공격으로 포옹은커녕 얼굴도 못 본 채 지냈다. 만나도 거리를 두고 대화를 나누어야 했고, 인사는 눈으로 잠깐, 간간히 손등 인사 정도로 지나쳐야 했다. 거리 두기를 하다 보니 마음 거리까지 멀어지는 기분이 든다. 가족 치료 선구자인 버지니아 사투어는 살아남기 위해서 하루에 4번, 살아가기 위해서 8번, 성장을 위해서는 하루에 8번 포옹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만큼 포옹의 긍정적 효과가 크다는 뜻이다. 

지상에서 따뜻한 단어들 중 하나가 포옹’이다. 사람이 몸으로 표현할 수 있는 참 좋은 행위이다. 바이올린의 현들은 일정한 간격으로 떨어져 있지만 연주자가 켤 때 비로소 아름다운 음률을 만들어낸다. 사람도 서로 포옹을 할 때 옥시토론과 엔돌핀과 같은 호르몬이 발생한다고 한다. 불안과 우울감이 해소되고 때로는 자존감이 향상되는 치유의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힐링 프로그램에서 허그 테라피를 진행하기도 한다. 

유시인의 눈길이 머문 곳은 황제펭귄이 사는 남극이다. 최저 영하 89도, 연평균 영하 34도인 곳이다. 펭귄들은 엄청난 추위를 견디기 위해 일명 ‘허들링’이라는 것을 한다. 가로·세로 1미터 면적 내에 약 21마리 펭귄들이 모여 밀착 포옹을 하면서 견딘다고 한다. 흔히 지나칠 수 있는 광경을 예리한 시인의 눈이 포착한다.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품고 녹여서 한 편의 따뜻한 시로 우리 곁에 다가온다. 삶에서 건져 올린 보석이 시라고 하는 말이 이 시에 해당된다. 펭귄의 일상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그 내부에 소중한 의미가 들어 있다. 그냥 포옹이 아니라 ‘포옹의 중심’에 방점을 찍는다. 그래서 그들의 포옹은 놀라운 기적을 이루어 낸다. “영하 수십 도를 영상 수십도로”끌어올릴 만큼 어마어마한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식물에게서도 배우고 동물에게서도 배운다. 사람만이 스승이 아니다. 우주 만물이 보는 관점에 따라 길을 열 수도 있고 길을 막을 수도 있다. 시인의 따뜻한 시선이 푸근한 길, 안전한 길로 이끈다. 각박한 세상에서 포옹을 하고 살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지 못할 상황이라면 마음의 포옹이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가까이 있는 그대를 넘어, 멀리 있는 그대들과 자주 포옹하는 기쁜 날이 어서 오기를 기다린다. 시인은 선천성 따뜻함을 지닌 존재인 걸 다시 느낀다.  
                                   
백석대 교수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