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성 길 목사
권 성 길 목사

하등동물일수록 자극에 대한 반응약식은 단순하다. 유전자에 새겨진 행동방식을 바꿀 구가 없다. 예를 들어 곤충들의 성행동은 페로몬이라는 물질에 의해 축발된다. 자기 종만이 가진 페로몬을 암놈들이 뿌리면 수놈은 정신없이 그 물질의 임자를 찾아 나선다. 

그들은 너무나 단순해서 페로몬을 뿌린 것이 진짜 자기의 동족인지 아닌지 상관하지 않는다. 페로몬이라는 물질이 수놈 두뇌의 어딘가를 자극하면 그 이후의 반응은 전해진 대로 진행된다. 지극히 단순한 가극과 반응관계일 뿐이다. 

완전히 속아 넘어간 수컷 말벌은 교미를 하기 위해서 이 꽃에 날아든다. 결국 수컷 말벌은 난초 꽃 위에 다른 꽃에서 묻혀온 꽃가루를 듬뿍 떨어뜨린다. 그런 후 즉시 그 꽃에서 꽃가루를 묻힌 채 암컷처럼 보이는 또 다른 꽃으로 꽃가루를 운반한다(아텐보로/김훈수 감수『생명의 신비』 학원사). 그것이 진짜인지를 가리지 않고 자극만 주어지면 일정한 패턴의 행동이 나오는 것이다. 

말벌들이 보다 정밀한 감각기능을 가졌다면 그 차이를 분명히 인식하고 그렇게 멍청한 행동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두뇌는 아주 원시적인 자동반응기(自動反應機)의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다. 때문에 페로몬이라는 자극이 두뇌에 입력되자마자 마치 컴퓨터의 프로그램처럼 나머지 행동은 자동적인 반응의 형식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두뇌활동이 가능한 것은 신경회로에 전기가 흐르기 때문이다. 원시적인 생물일수록 행동패턴이 단순한 것은 신경회로의 구조가 단순하기 때문이다. 진화가 진행되면 신경회로의 구조는 복잡해지고 그 결과 정교한 행동이 나타난다.

행동이 정교하다는 것과 학습능력이 크다는 것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꿀벌이 동료들에게 꽃이 있는 곳을 알리기 위해 추는 ‘춤’은 매우 정교하다. 그 춤은 꽃이 있는 곳의 방행과 거리를 정교하게 표현해준다, 복잡한 신경회로가 없이는 불가능한 행동이다. 하지만 그것은 그 벌들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태어나는 고정배선에 불과하다. 
동물의 두뇌는 독립된 여러 개의 반응기들로 이루어져 있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종류의 자극에 따라 정해진 반응기들이 작동한다. 진화가 진행될수록 그 반응기들의 숫자가 늘어나서 정교한 행동이 가능하다. 하등동물의 반응기의 숫자와 내용은 유전자에 의해서 결정된다. 고등동물일수록 하나의 신호에 의해 작동되는 반응기의 숫자는 늘어난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것의 개방성이 증가하다는 점이다. 즉 새로운 반응기들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새로운 행동약식이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고양이를 대상으로 한 실험은 이런 사실을 잘 보여준다. 한 마리의 고양이를 태어날 때부터 가로줄만 처진 방에 가두어놓고 길렀다. 

그 고양이는 그 방에 잘 적응하고 살았다. 그러다가 얼마가 지난 후 세로줄만 처진 방으로 그 고양이를 옮겨보았다. 그랬더니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그 고양이는 몸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것이다. 그 고양의 신경회로는 가로줄의 방에 완벽하게 적응했던 것이다(R. 레스탁/ 김현택•류재욱•이공준 공역, 『생명의 신비』).                                                         
새세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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