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의 빛남

유리잔이 깨어졌다
깨어진 것들이 
벽에 부딪히며 빛난다

부서진 것들은 때론 
송곳이 되어
찌르고 아프게 하지만

깨어진 아픔들이 모여
우리를 다시 
빛에 서게 한다

- 지은경 한영시선집 『사람아 사랑아』에서


* 지은경 시인 : 문학박사. 황진이문학상 대상. 세계평화문화상. 
시집 『오랜 침묵 등 13권. 평론집 『의식의 흐름과 그 모순의 해법』 『알고 계십니까』 등. 기행에세이 ; 『인도, 그 명상의 땅』 등 저서 30여 권 

정 재 영 장로
정 재 영 장로

시는 은유법(metaphor)을 수사법(rhetoric) 기본으로 한다. 이는 숨겨서 말하는 표현법이기 때문에 시인의 의도를 알아야 소통이 가능하다. 시인이 숨긴 원래 의미를 원관념이라고도 하며, 그때 은유로 사용한 사물이나 대상을 보조관념이라 부른다. 넓은 의미에서 변용(變容)이라 일컫는다. 

 이 작품은 이걸 설명하기 좋은 예시다. 유리잔을 들어 시인의 원래 속에 담은 마음을 둘러 드러낸 것이다. 엘리엇은 이런 사물을 객관적 상관물이라 한다. 

 이 작품 속 원관념은 유리잔의 깨어짐으로 생기는 깨우침이다. 유리잔은 운명적으로 언젠가 파손되기 마련이다. 이 운명적이라는 말은 단순히 엔트로피 법칙(열역학 제2법칙)을 말하고자 함이 아니다. 열역학 법칙이 자연적 현상이라면 시인이 말하는 유리잔의 파괴란 타의적인 모습이다. 존재의미는 타의성에 의하여 결정되기도 하는데, 자신에게는 아프지만 빛의 생성을 통해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는 존재의 가치와 운명을 엿볼 수 있다. 유리잔의 파손으로 생긴 빛이 다시 사람들에게 빛으로 생성되는 가치를 말함으로, 삶과 죽음의 상반성이자 동일성의 가치를 함축적으로 내포하고 있다. 죽음으로 빛이 만들어지는 것은 수많은 역사가 알려 준다. 간디나 이순신 장군은 말할 것도 없고, 십자가에서 타의에 의한 죽음(파손)을 당한 예수님이 그 대표적이다. 죽는 순간에 만들어지는 빛, 그것이야 말로 영구적 삶이다. 죽어서 얻게 되는 진리를 설파하고 있는 것이다.

 연약한 유리잔의 파손이 만든 영원한 진리 즉 로고스적인 빛의 가치로 연결시킴은 형이상시(metaphysical poetry) 특징적 요소도 볼 수 있다. 이것은 융합시학에서 강조하는 파손과 생성의 두 이질적 요소를 제시함으로 새로운 상상을 창조하는 기발성(寄想 coneit)을 얻기 위함이다. 좋은 시는 형식주의에서 볼 때 이런 구조를 가지고 있다.        
                       
전 한국기독교시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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