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창 주 교수
김 창 주 교수

이스라엘을 비롯한 고대 근동에서 도량형의 기준으로 인체를 활용한 점이 눈에 띈다. 그 이유는 첫째, 누구나 손쉽게 활용할 수 있다는 편의성과, 둘째로 언제든 사람들의 인정과 합의가 이뤄진다는 점 때문이다. 이 두 가지 사항을 만족시키기 위한 최상의 선택을 신체의 특정 부위에서 찾은 것이다. 누구나 언제든 자신의 손가락이나 팔을 이용하여 길고 짧은 길이를 측정할 수 있다. 다양한 길이 단위가 손가락, 손바닥, 팔꿈치 등에서 비롯된 이유다. 특히 성막 제정과 관련하여 많은 치수가 언급되기 때문에 구약의 ‘길이 단위’에 대하여 정리한다. 작은 단위부터 점차 커진다.

① 에츠바(עבצא): 구약에서 가장 작은 단위이며 단 한 차례 ‘손가락 두께’로 나온다. 보통 집게손가락을 기준을 삼는다. 예레미야는 느부갓네살이 예루살렘 성전에서 빼앗아간 전리품 목록을 소상하게 기술한다. “한 기둥의 높이가 십팔 규빗이요 그 둘레는 십이 규빗이며 그 속이 비었고 그 두께는 ‘네 손가락’ 두께라”(렘 52:21). 미터법으로 환산하면 1.85~2.4 cm 쯤이다.

② 토파흐(חפט): 손바닥의 너비로 영어의 팜(palm)과 비슷하지만 세미한 차이가 있다. 즉 팜은 엄지와 검지 사이에서 손바닥의 접히는 지점까지이나, 토파흐는 손가락 네 개가 나란히 만나는 부분이다. 어림잡아 7.4 cm쯤으로 환산된다. (1 팜은 7.63 cm). 앞의 에츠바 4개는 1 토파흐와 같다. ‘손바닥 넓이,’ 또는 ‘손바닥 너비’(겔 40:5)는 성막 건립과 관련해서 규빗과 함께 빈번히 활용되었다(출 25:25; 왕상 7:26/ 대하 4:5; 시 39:5). 보통 사람의 경우 토파흐를 여섯 차례 거듭하면 한 규빗의 치수와 같아진다.

③ 제레트(תרז): 이사야는 누가 어리석게 ‘뼘’으로 하늘을 재겠냐고 힐문한다(사 40:12). 제레트는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손쉽게 활용하는 단위로서 ‘한 뼘’이다. 성인 남자의 엄지 끝에서 약지 (또는 애지)까지로 대략 22.86 cm정도의 길이다. 특히 블레셋 장수 골리앗의 신장을 두고 “여섯 규빗 한 뼘”이라고 묘사한다(삼상 17:4). 출애굽기 25장에서는 언약궤의 단위를 “길이 두 규빗 반, 너비는 한 규빗 반, 높이는 한 규빗 반”으로 규정하고 (출 28:10), 제사장의 판결 흉패 규격은 ‘길이와 너비가 한 뼘씩’ 두 겹의 정사각형이다(출 28:16). 여기서 ‘반’은 제레트가 아니라 절반(half)을 뜻하는 히브리어 하치로 표기되었다. 토파흐 3이면 1 제레트이며 또한 1/2 규빗이다.

④ 암마(המא): 성서의 길이 단위 중 규빗이 가장 많이 알려졌다. 규빗은 사실 히브리어가 아니다. 라틴어 cubitum은 팔꿈치란 뜻이다. 불가타 성경의 번역 라틴어 규빗(cubitum)이 히브리어의 자리를 차지한 셈이다. 본래 암마는 성인 남성의 가운데 손가락에서 팔꿈치까지(45.72 cm)를 가리킨다. 출애굽기 25장 성막 건립과 관련하여 암마가 여러 차례 언급된 점과 신명기에 일반 규빗, 또한 ‘사람의 보통 규빗’(개역개정) 또는 ‘보통 자’(공동번역, 새번역)로 표현된 것으로 보아 ‘암마’가 구약 시대의 표준 단위였음을 알 수 있다(창 6:15; 7:20; 민 35:4; 신 8:3; 왕상 6:2; 에 5:14; 겔 40:12). 

일반 규빗과 구별되는 ‘긴 규빗,’ (왕실 규빗)을 사용한 예도 있다. 에스겔은 환상에서 본 담의 길이가 ‘팔꿈치에서 손가락에 이르고 한 손 너비가 더한 자’로 설명한다(겔 40:5; ‘한 장대 곧 큰 자,’ 겔 41:8). 그러니까 한 규빗과 한 토파흐로 길이가 53.34 cm가 된다는 뜻이다. 한글성서의 에스겔이 암마를 영어 번역 규빗을 따르지 않고 ‘척’(개역, 개정),  또는 ‘자’(공동, 새번역)로 옮긴 점은 흥미롭다(겔 40:5; 43:13). *사사기에 ‘규빗’이 한 번 나오는데 실상은 히브리어 ‘고메드’(דמג)다(삿 3:16). <70인역>과 Vulgata는 ‘뼘’(span)으로, 개역개정과 NKJV과 NRSV은 ‘규빗’으로, 공동번역과 새번역은 ‘한 자’로 옮겼다. 한 자는 대략 30.3 cm로 2/3 규빗 쯤 된다. 에훗이 허벅지 안쪽에 숨겼다면 ‘규빗’은 살짝 크고 ‘한 자’로 표기된 고메드가 적당하다.  

⑤ 카네(הנק): 에스겔서에 ‘장대’로 소개하며 그 치수까지 자세하게 묘사되었다. 장대는 갈대를 뜻하며 길이는 3.2 m 가량이다. 한 장대는 ‘긴 규빗’ 여섯의 합과 같다. 에스겔의 환상에 ‘담의 두께가 한 장대, 높이도 한 장대’가 등장한다(겔 40:5). 환상 속에 나타나는 인자가 측량한 ‘장대’는 모두 ‘긴 규빗’으로 성막 건설의 수치와 차이가 난다.

한신대 구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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