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요한 목사.
박요한 목사.

한반도에 유례없는 폭우로 인해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인간의 이기가 가져온 재앙의 부메랑은 상상을 초월했다. 제아무리 높고 값비싸게 지어놓은 서울 강남도 시간당 100mm가 넘는 빗물을 감당해내기 벅찼다. 도로 곳곳은 물에 잠겼고, 수 천 만원의 외제차들도 물위에 둥둥 떠 다녔다. 천재지변이라고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낸 인재다. 그렇게 우리 이웃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앗아갔다.

흔히 사람들은 이번 폭우에 대해 단순히 비구름이 가져온 비극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짓밟은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낸 것이다. 오늘 전 세계는 이상기온현상으로 고통 받고 있다. 남극이 녹고 있으며, 해수면 상승은 저지대 침수를 일으키고 있다. 여기에 각종 태풍과 쓰나미 등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으며, 한여름에 눈이 오거나 한겨울에 불볕더위인 이상한 날씨가 반복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뚜렷한 계절은 온데간데없고, 덥고 습한 무더위가 가득한 열대기후성으로 변해버렸다. 에어컨과 제습기가 없으면 살 수 없는 나라가 되어 버렸다.

문제는 이러한 인재에 의한 천재지변을 해결하려는 의지가 빈약하다는 점이다. 최근 탄소중립을 선언하면서 선진국들이 앞 다퉈 애쓰고 있으나, 개발도상국 등 이제 발전의 길에 접어든 나라들은 반대의 목소릴 높이고 있다. 선진국들이 자신들만 발전할 대로 발전해놓고 이제 와서 제약을 둔다는 점에서 수긍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창조질서 보존은 더 이상 미루거나 모른 척 넘어갈 상황이 아니다.

물론 형평성을 위해서 선진국들이 부담해야할 노력들은 배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선진국들이 비교적 후진국들의 환경보호를 위한 시스템 구축과 시설적 측면에서 도움을 줘야 한다. 우리가 한 번 입고 버리는 옷들이 의류폐기물이 되어 후진국들의 산천을 오염시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그들은 먹고 살기 위해 선진국 국민들이 버린 옷을 컨테이너로 사와서 되판다. 이 과정에서 버려지는 옷들이 상상을 초월한다. 그 의류폐기물들은 강을 검게 만들고, 쌓이고 쌓여 땅을 오염시킨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 선진국들이 그들 나라 정부와 함께 이러한 시스템을 변화시키고, 자연을 보호하기 위한 경제적 비용을 도와준다면 지금보다 하나님의 창조질서는 훨씬 잘 보호할 수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2015년 파리협정에서 세계 195개 국가가 산업화 이전에 견줘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도 이하로 제한하는 노력을 하기로 합의했다. 그 속도에 문제가 있지만, 어찌 됐든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이제라도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보존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특정국가나, 단체의 노력만으로는 이미 뜨거워질 대로 뜨거워진 지구를 식히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여기에는 정부와 사회, 단체에 비롯해 국민 개인의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꼭 거창하거나, 복잡한 노력만이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다. 작지만 모두의 동참으로 이뤄진다면 가능한 일이다. 일상에서 가까운 거리는 걸어가거나 자전거를 타고, 에어컨의 희망온도를 26도로 높이며, 반대로 겨울에는 내복이나 가벼운 옷을 하나 더 입어 난방 온도를 낮추면 된다. 또 한 번 입고 버리는 옷들이 없도록 노력하고, 버리기 전에 리폼을 하거나 나눔을 해서 의류폐기물을 줄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씻거나 양치질 할 때 수도꼭지를 잠그고, 분리수거를 철저히 해서 재활용이 잘 되도록 하며, 안 쓰는 전기는 꺼두거나 콘센트를 뽑아놓는 것도 일상에서 우리가 자연을 지킬 수 있는 방법들이다. 이러한 노력들이 국민 모두의 캠페인으로 전개될 때 비로소 아름다운 삼천리금수강산을 지킬 수 있고, 각 나라별로 지켜나갈 때 초록빛 지구를 지킬 수 있다. 작금 어찌 보면 소중한 우리 자연을 지킬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 지나가고 있을지 모른다. 더 이상 머뭇거리지 말고, 적극적으로 나서 창조질서 보존에 앞장서야 한다.

예장 합동해외 증경총회장/본지 논설위원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