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찬 목사
김명찬 목사

 

오늘 대한민국은 자살공화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자살률이 높다. 세계경제 10대 국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OECD 국가 중 자살률은 세계1위다. 이러한 불명예는 1등만을 강조하는 세상이 만들어놓은 각종 부작용들로 인해, 사회가 만들어놓은 기준에 못 미쳐 낙오되거나 진정한 행복을 찾지 못한 사람들이 삶의 의미를 잃어버려 자살이라는 비극적 선택을 하기 때문이다. 겉으론 초 인류국가를 표방하고 있지만, 속은 텅 빈 강정과도 같다. 더욱이 출산율마저 갈수록 낮아져 삶보다 죽음의 숫자가 증가하고 있어 씁쓸하기만 하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어가야 할 청년들의 자살률이 심각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재앙수준의 취업전쟁, 정서적 결손 등 청년들의 자살률 증가를 위한 외적 요소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문제는 바로 경제적 위기다. 일자리가 없어서 상대적 빈곤에 허덕이다보니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됐고, 결국 삶의 끈을 놓아버리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최근 자살률 증가는 코로나19로 인한 아르바이트 자리의 감소도 한몫했다. 청년들의 일상생활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경제활동인 아르바이트 자리가 감소함에 따라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가뜩이나 정규직 경쟁이 치열한 데, 아르바이트마저 하늘에 별 따기가 되어 버리니 삶을 포기해 버리는 것이다. ‘이번 생은 틀렸다라는 말이 돌 정도니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짐작이 간다.

언제까지 청년들의 아픔을 모른 척 지나칠 수 없다. 그들이 지금처럼 멍들고 상처 입은 것을 놔둔다면 대한민국은 소멸될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소극적으로 그들의 아픔에 동정했다면, 이제는 적극적으로 개입해 그들이 소중한 생명을 헛되이 버리지 않도록 이끌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청년들의 가장 큰 문제인 경제적 위기 극복을 위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단순 반복의 형식적 일자리가 아닌, 청년들의 꿈을 실현해줄 수 있는 미래지향적 일자리를 끊임없이 만들어내야 한다. 또 청년들이 마음 놓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 청년들의 희망주택은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그들의 아픔에 공감해주고, 정서적으로 다독여줘야 한다. 외형적인 돌봄도 중요하지만, 내면의 아픔의 상처를 치유해줘야 근본적 문제가 해결된다. 흔히 자살을 시도하는 청년들은 자신의 아픔에 대화해주고 공감해주는 주변사람들의 부재인 경우가 많다. 자신은 홀로 너무 고통스러운데, 이를 몰라주기에 마치 무인도에 혼자 있는 것처럼 외로움을 느껴 자살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오늘날 1인 가구 증가는 이런 면에서 역효과가 크다. 따라서 이들이 너무 쉽게 생명을 버리지 않도록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고, 그들의 아픔과 상처에 공감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 ‘생명의 전화등이 큰 역할을 하고 있긴 하지만, 가족과 친구, 이웃이 동참하지 않으면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없다.

그런 점에서 한국교회의 역할이 누구보다 크다고 본다. 특히 오늘 자살률 증가는 일반 사회뿐 아니라 교회 내부적으로도 비슷한 추이를 보인다. 쉽게 말해 교회 청년들도 자살충동을 느끼고 있으며, 언제든 실천에 옮길 수도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교회가 더 이상 자살에 대해 무관심한 태도를 보여선 안 된다. 오히려 하나님이 주신 소중한 생명을 쉽게 버리는 행태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우고, 나아가 청년들이 자살충동을 느끼지 못하도록 내적 치유에 중점을 둬야 한다. 무엇보다 세상의 성공이 무조건적인 가치의 중심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고, 이보다 더 생명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는데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특히 교회에서 자살에 대해 그저 쉬쉬거리며 감추려고만 하지 말고, 드러내놓고 성경적으로 접근해야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교회의 문을 언제나 열어놓고 위기에 처한 청년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다양한 상담을 통해 해결책을 제시하려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여전히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하루라도 빨리 걷어내기 위해, 모두가 함께 죽음이 아닌 삶에 대해서 머리를 맞대어야할 시기이다.

예장한영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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