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가 끝나면서 본격적으로 장로교 총회 시즌이 도래했다. 19일부터 22일까지 34일간 107회 총회를 여는 예장 합동을 비롯해 통합, 백석, 고신 등 장로교 주요 교단이 이 주간에 총회를 개최해 주요 현안을 처리하게 된다.

이번 장로교 9월 총회는 정부의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거리두기가 해제된 후 처음 여는 총회라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각 교단은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비대면 또는 일정을 하루나 이틀로 단축해야만 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이런 제한이 모두 풀리면서 교단마다 총회를 개회해 새로운 집행부를 구성하고 당면한 현안을 풀어나가는 데 제약이 없어졌다.

각 교단이 1년에 한 차례씩 총회를 개최하는 이유는 총회장을 비롯해 임원진을 새로 구성하는 데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목적은 산하 교회와 노회에서 보내온 다양한 문제들을 교단을 대표하는 총대들이 머리를 맞대고 풀어내는 정책총회에 있다.

따라서 이번 총회는 각 교단이 일정 단축으로 부득이하게 변칙 처리해온 문제들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데 초점을 맞출 뿐 아니라 내용적으로도 그에 걸맞는 성숙한 결과물을 만드는 데 주안점을 둬야 할 것이다.

총회 개막이 임박하면서 각 교단마다 치열한 격론이 예상되는 쟁점들이 눈에 띈다. 우선 합동측 총회의 최대 이슈는 노회 갈등을 봉합하는 문제다. 폭력사태까지 벌어진 일부 노회의 화해조정 문제는 이번 총회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여성 강도권허용 여부도 뜨거운 감자다. 여성안수는 현재 통합, 기감, 기장, 백석, 예성, 기하성, 기침 등 많은 교단이 이미 실시하고 있으나 합동을 비롯한 일부 보수교단은 여전히 부정적인 인식이 주를 이르고 있어 이를 깨는 게 급선무다.

그런데 매년 총회 때마다 아쉬운 점이 있다. 교단들이 일정한 테두리를 쳐놓고 그 문제에만 지나치게 집중하고 있지 않나 하는 것이다. 이는 교단 이기주의와 관련이 있다. 사회와 한국교회 전체가 어떠하든 내 교회 내 교단만 중요하다는 소아적 인식은 교회를 병들게 하는 요인이다.

예를 들어 탄소 배출 감소 문제는 전 세계가 심각하게 위기에 직면한 문제지만 교단들은 거의 관심 밖이다. 포항 등 경남지역에 큰 피해를 준 태풍 힌남노에 대해 기상학자들은 기후변화가 몰고 온 괴물로 비유하고 있다. 앞으로 이런 태풍이 자주 출몰해 한반도가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그런데 수재민 돕기에는 누구보다 앞장서는 한국교회가 수재를 일으킨 근본 원인인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는 아예 관심이 없는 건 도무지 설명이 안 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과제에 대한 고민도 마찬가지다. 일설에 의하면 코로나 이후 1만여 교회가 문을 닫았다는 얘기가 공공연하다. 수치상 조금 과장된 말이라 해도 이건 그냥 웃고 넘길 문제가 아니다. 일부 큰 교회들이 개별적으로 돕고 있지만, 푼돈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1년에 단 한 번 개최하는 총회는 예사 회의가 아니다. 내 교회 내 교단도 중요하지만, 한국교회라는 보다 큰 울타리를 생각해야 한다. 따라서 교단의 현안뿐 아니라 한국교회 공통의 과제와 미래를 준비하는 일에도 시간과 열정을 쏟아야 할 것이다. 뭔가 달라진 장로교 총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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