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창 주 교수
김 창 주 교수

‘샤바톤’(ןותבשׁ)은 모두 10 번 나오지만 단독으로(레 23:24, 39; 25:5), 또는 ‘샤바트’와 함께 최상급 표현으로 쓰인다(출 16:23; 31:15; 35:2; 레 16:31; 23:3,32; 25:4). 아쉽게도 <개역개정>이나 영어 번역에 일관성은 없다. ‘거룩한 안식일’(출 16:23), ‘큰 안식일’(출 31:15), ‘엄숙한 안식일’(출 35:2), ‘안식일 중의 안식일’(레 16:31), ‘쉴 안식일’(레 23:3, 32), ‘쉬는 날’(레 23:24), ‘안식’(레 23:39; 25:4), ‘안식년’(레 25:5), 그리고 sabbath of complete rest <NRSV>, sabbath of solemn rest <NKJV>, sabbath of rest <NIV>.

샤바톤의 쓰임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① 안식일 중 특정한 경우다. 성막 건립 후 첫 번째 안식일이 대표적이며 위반자에게 무서운 처벌이 뒤따른다(출 31:14-15; 35:2). ‘야웨의 안식일’도 비슷하나 차이점을 발견하기 어렵다(레 23:3; 출 16:23). ② 속죄일도 또 다른 샤바톤이다(레 16:31; 23:32). 다만 안식일처럼 일주일 단위로 반복되지 않고 일 년 중 단 하루다. 노동은 금지된다. ③ 안식년: 땅을 쉬게 하는 일곱 번째 해는 경작이 허용되지 않으며 저절로 맺은 열매도 수확할 수 없다(레 25:4). ④ 나팔절: 새해 첫날과(레 23:24) 초막절의 첫날과 여덟 번째 날이다(레 23:39). 이렇게 다양하게 활용되었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분명하다. 곧 모든 일과 노동으로부터 휴식을 취하는 날이며 ‘완전한 안식,’ sabbath of complete rest을 얻는 것이 이 날의 목표다.
 
그렇다면 성막 건립이 ‘안식일 중의 안식일,’ 곧 큰 안식일로 마무리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보통 안식일과 큰 안식일의 차이를 살펴보자. 전자는 하나님이 엿새 동안 세상을 창조하신 뒤 일곱째 날의 휴식에 근거를 둔다(출 20:11). 따라서 모든 이스라엘과 심지어 종과 가축과 손님까지도 일을 할 수 없으며 오직 안식일을 기억하며 거룩하게 지켜야 한다(8절). 후자는 안식일 정신이 똑같이 적용되나 규정이 더욱 강화되었다. 즉 ‘그 날을 더럽히는 자는 모두 죽일지며 그 날에 일하는 자는 모두 그 백성 중에서 그 생명이 끊어진다’(출 31:14). 보통 안식일에 일상과 직장에 관련된 육신의 수고를 금지한다면 ‘큰 안식일’에는 익숙한 일이나 낯선 일을 막론하여 크고 작은 정서적 또는 정신적 노동까지도 허용되지 않는다. 글자 그대로 가장 평온하고 완전한 휴식을 뜻하는 절대 안식일이다(창 2:2-3).<Timmer, 48>

성막 완공은 안식일 준수로 이어지고 이것은 다시 하나님과 이스라엘의 영원한 언약이 된다. 양측이 대대로 지켜야할 표징(תוא)이다(13,17절). 히브리어 ‘오트’(표징)는 상징성이 뛰어나다. 히브리어 알파벳 처음과 마지막 글자의 조합이다. 알레프(א)는 영적, 초월성을 나타내고 타우(ת)는 물질적 구체성을 상징하며  와우(w)는 양자 사이를 이어준다. 안식일은 신성과 영원 그리고 육체와 현실 그 중간을 매개하는 표징과 같다. 히브리어 ‘와우’가 알레프와 타우를 연결하여 하나님과 이스라엘의 영원한 표징을 이어주듯, 일과 휴식의 중간에 위치한 안식일은 이스라엘의 준수와 거룩케 하시는 야웨를 연결한다(13절). 

성막 건립의 일곱 번째 단화가 안식일 중의 안식일에 귀결되어 시간의 거룩을 공간의 성화로 확장시킨다. 시간 속의 거룩 창조의 안식일은 공간 속의 거룩 성막의 안식일이 되어 영원한 표징을 확보하고 이로써 이스라엘 또한 거룩하게 된다. 성막 건축을 일곱 개의 단화로 구성하고 천지 창조의 7일 구조(septadic)와 동일한 형태를 취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17절). 양자의 결론은 안식일이다. 헤셸은 일곱 번째 날에 메누하(החנמ), 곧 진정한 휴식이 창조되었다고 믿는다.<Heschel, 73> 메누하는 단순한 노동과 일을 쉰다는 의미 그 이상이다. 평정, 고요, 평화, 휴식이다(시 23:1-2). 태초에 안식일이 창조를 완성시켜 인류를 안식에 초대하듯 광야 유랑 중 ‘큰 안식일’은 성막의 건립을 매듭지어 이스라엘 백성을 성소로 부른다.    
           
한신대 구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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