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고 현 목사
김 고 현 목사

영국 비평가이며 역사가였던 토머스 칼라일(Thomas Carlyle, 1795 ~1881)은 “가장 큰 잘못은 아무 잘못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고 했다. 경험론철학과 공리주의에 도전한 그는 또 “대자연은 신의 의복이고, 모든 상징, 형식, 제도는 가공의 존재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성경 잠언 11장 9절에는 "악인은, 입으로 그의 이웃을 망하게 하여도 의인은 그의 지식(知識)으로 말미암아 구원 을 얻느니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제 겨우 22살, 법조인을 꿈꾸던 건실한 청년이 있었다. 그는 대학을 휴학하고 군복무를 수행하던, 성실한 군인이었다. 부모님에게는 자랑스러운 아들이었고, 삶의 모든 것이었다 그런 그가 휴가를 나왔다가 큰 변을 당했다. 부모님과 함께 즐겁게 저녁식사를 한 뒤, 잠시 친구를 만나러 나간 아들이었다. 길을 건너려 건널목에, 서있던 그에게 엄청난 속도로 한대의 차량이 돌진해 왔다.

음주운전 차량이었다 미처 피하지도 못 한채 차량에 치인 그는 뇌사 상태에 빠졌다. 2018년 9월 25일 사고 후 한 달을 넘게 사경을 헤매던 그는, 그해 11월9 일에 결국 세상과 작별했다. 그 청년의 이름은 윤창호(1996~2018)이다. 윤창호의 사고사실은 친구들에 의해 알려지면서, 음주운전 가해자에 대한 국민적 공분을 끌어냈고, 일명 ‘윤창호 법’ 제정이 국회에서 추진되는 계기를 촉발했다.

그날 사고를 낸 가해자는 자신이 얼마나 술을 마셨는지도, 만취상태에서 왜 운전을 했는지도 그저 ‘기억이 안 난다’는 말만 되풀이 한다. 한 사람의 인생을 통째로 앗아가 버리고도 그저 ‘기억이 안 난다’는 이 말은, 바로 국민 들을 화나게 만들었다. 인간에게는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 인식하고,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살인하고서도 기억이 안난다”는 변명이 이 사회를 병들게 하고, 질서를 무너트린다는 사실.  
피해자는 세상을 떠나고 없다. 그의 가족과 친구들은 슬픔으로 그를 떠나 보냈다. 그리고 그를 대신해 소리쳤다. 그런데 법은 가해자에게는 너무나 너그럽고 관대하다. 최대 형량 4년 6개월. 그것도 심신 미약 등의 이유로 더 낮은 형벌이 내려지는 게 보통이다. 이제, 우리는 세상에 음주운전은 실수가 아닌 살인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음주 문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고 ‘음주운전’에 대한 단속 기준과 처벌기준도 강화되어 다시는 억울한 사고로 세상과 작별하는 이가 절대로 있어서는 안된다. 국회는 윤창호씨의 가족과 친구들의 아우성을 듣고, 그제서야 행동했다. ‘윤창호법’을 제정한 것이다. 하나님은 ‘네 동생 아벨이 어디에 있느냐“고 우리에게 묻고 계시다.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많은 영혼들이 하늘을 향해 소리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하나님은 죽임당한 자들의 소리를 듣고 행동하신다. 하나님은 고난당하는 자들의 소리를 듣고 행동하신다.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에서 일어나는 음주운전이 단순한 실수가 아닌 살인임을 <인식>해야 한다. 이러한 추악한 일이 이 땅에서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모두가 조심하며, 건강한 사회를 위해 봉사해야 한다. 그리고 기도해야 한다. 

한교연 총무협 회장•본지 논설위원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