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다리기

초여름 밤 무논에서 
개구리들이 목청껏 줄다리를 하고 있다

소리로 엮은 새끼줄이 팽팽하다

갑자기 왼쪽 논 개구리들의 환호성
소리 폭죽을 터뜨린다

방금 
오른쪽 논의 개구리 소리 줄이 왼쪽으로 기울었나 보다

- 시집 『법성포 블루스』에서

강명수 시인: 전북대 영어영문과 졸업. 월간문학 등단. 
             김삼의당 시.서.화 공모대전 대상 수상

정 재 영 장로
정 재 영 장로

개구리들 소리를 시각화 내지 감각화 작업으로 그려낸 그림 같은 작품이다. 줄다리기란 삶의 현장에서 모든 사람들이 늘상 마주하는 현상이다. 인간관계는 줄다리기와 같다. 상거래는 물론 직장의 대부분은 줄다리기와 같다. 항상 만나는 가족 사이에도 마찬가지다. 하물며 연인 사이는 말해서 무얼 하랴. 

개구리 소리의 청각 이미지를 시각 이미지로 바꾸어 새끼줄로 변용한 소위 공감각작업은 이 작품의 별미다. 시를 상상으로 창조하는 언어예술이라는 정의를 잘 보여주고 있다. 

시 창작에서 상상은 창조성의 기본이다. 창조적인 엉뚱한 상상을 기발한 착상이라 한다. 소위 컨시트(寄想)를 만들기 위함이다. 상상이 신선하고 새로울수록 낯설게 만들기라는 쉬크로브스키의 정의를 만족시켜준다. 그 거리가 멀수록 울림의 현상을 확장시켜준다. 다른 말로 말하면 원관념(시인의 원래 뜻)과 보조관념(비유로 사용한 사물이나 사건)의 서로 떨어진 거리에서 생긴 줄(弦)의 울림 현상이 공명현상을 크게 만들기 때문이다. 

창작이란 새로운 시각으로 새롭게 해석하는 능력이다. 시인은 개구리 울음의 일반적이고 타성에 젖는 사고를 뛰어 넘어 의도적으로 광대한 상상의 세계를 만들어 주고 있다. 통상 연상하게 하는 개구리 울음이 사랑의 간절함의 갈구를 뛰어 넘어 새로운 해석이 가능하도록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 행, 왼쪽과 오른쪽으로 나눈 경계는 집단 집단무의식을 자극하게 해준다. 그것이 내포하고 있는 바가 이념이든 종교나 철학이든 상관없다. 왼쪽으로 기울였다고 반드시 좌파적이고 진보적인 사회를 지적한다고 단정할 필요도 없다. 다만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싶은 것이다. 결국은 한쪽으로 치우침으로 승부를 내기 때문이다. 
줄다리기하는 시간은 인간 전체적 삶의 시간이기도 하다. 시가 가지는 특질인 상상으로 철학적 담론까지 유출할 수 있는 시적 담론의 기능, 소위 애매성의 기능을 잘 보여준다.       

전 한국기독교시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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